오늘 나의 애인은 슬프다
내 생의 마지막 애인이라서 본디도 슬픈 그이지만
오늘은 내 아는 슬픔이 무렴하게 슬프다
그는 오늘 후배의 빈소에 조문을 갔다
아직 젊은 내 애인보다 더 젊은 후배는
죽음의 무작위성을 증명하며
돌연 저 혼자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이들은 황망하다
슬픔조차 황망하다
삶은 그렇게도 어처구니 없다
사람들은 홀로 떠난 이가 쓸쓸해서 울었지만
실은 남겨진 자신들이 쓸쓸해 울었다
나는 쭈뼛쭈뼛 애인의 등뒤에 숨어서
떠나간 이와 보내는 이의
슬픔의 무게를 견주어 본다
견줄 것도 없다
떠난 자의 슬픔은
고스란히 남은 자의 몫이다
많은 이들이 슬픔을 떠안았으나
슬픔은 별로 배분되지 않는 것이었고
가뜩이나 슬픔 많은 내 애인은
서릿발처럼 가슴에 박힌 슬픔을 품고
돌이키고 또 돌이켜가며 오래 아플 것이다
내 애인이 슬프므로
내게도 그 슬픔 한 줌은 할당되겠지
삶이란 게 이렇게 도시 갈피가 없다
운명은 불쑥불쑥 뜻밖으로 활강을 하고
들까불리고 곤두박질치는 것이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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