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저문 강가(17.1.21)

heath1202 2017. 1. 21. 01:24

검은 강물은 나를 관통해 간 시간과 같다

서슴 없다 거두 절미, 무자비하다

후회, 용서, 주저, 회한

어느 것에도 빌미가 없다

강가에 서면 나는

도리 없이 또 처음 그 자리다 


큰 의미가 없었더라도

가끔, 혹은 잠깐 환희의 순간이

나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덥혀진 강물의 따뜻함

그 아득해지는 노곤한 간지럼

물인 듯 내 몸인 듯 내 몸인 듯 물인 듯

기꺼이 삶에 취해 비틀거리던

좋은 때가 있었을 것이다


저녁 햇살에 물살이 잦아 들고

강물보다 먼저 식어가는 한 뼘 남은 해가

마지막 숨처럼 아득하다 

몇 가닥 마지막 햇살이 무질러지고

이제 곧 거두어질 강물의 마지막 온기

나는 울지는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섧고

무연하니 강물에 날 실어도 좋을 듯 하다 


강건너 산마을이 

산그늘 속으로 깊어 진다

꿈이런가 점,점, 피어나는 등불

한낮의 온기가 으스스 기화하고

사람이 마냥 쓸쓸하다

무정한 사람이라도 이 맘때면

슬픔의 기미가 마음에 번져와

좋은 오월로도 이기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저물 녘에는 강가에 서서

먹물같은 강물에 나를 풀어 본다

풀어도 풀어도 네 속이나 내 사랑의 속이나

가없이 막막한 검은 물속이다


 제임스 티소<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