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불면(15.03.13)

heath1202 2015. 3. 13. 15:54

내가 눈을 부릅뜨고 백 날 밤을 지새운 들 

지혜로는 눈 먼 올빼미 한 마리 이길 수 없다

허나 위로 받을 것이 영 없지는 않아

무수한 밤의 적막을 사는 동안 능력 하나를 얻었으니

나는 아득한 세상 끝 어디에서 송신해 오든

침묵과 다름 없이 낮고 희미한 주파수를

다 감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밤새 잦아들지 않는 긴 한숨 혹은 낮은 울음

혹은 잠조차 고단한 이들의 끝없는 뒤척임

내가 그들의 평화로운 잠을 위해 거들 일은 없다

다만, 그 긴 한숨에 더 긴 한숨으로

낮은 울음에 더 낮은 울음으로

화답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밤이 깊을수록 나의 귀는 해연처럼 깊어지고

아무리 낯설고 아득한 당신들이라도 나는

얕은 잠의 가여운 머리맡을 하염없이 지키고 싶다

당신들의 구구했던 하루가 깊은 어둠의 필터를 거쳐

오롯이 순정한 슬픔과 위로로 남는 시간까지

하면 당신들은 종달새 같은 아침으로 깨어날까

 

밤새 당신들의 잠을 넘나든 나는

이제 저승이라도 다녀온 듯 피곤하다

굿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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