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가치(17.3.16) 며칠 전 김치를 담갔다. 돈복은 없었어도 인복은 좋아, 이제껏 살면서 김치를 다섯 번이나 담그어 보았을까, 김치 담그는 일은 일 년에 한 번도 잦은 일이었는데 역시 시간이 많이 나다보니 진심 충천하는 의욕도 있고, 또 더 이상은 남의 선의를 착취하는 일은 그만 두어야겠다는 생각도 .. 삶의 그림 2017.03.17
일용할 양식(17.3.15.) 사람이 말에 고파 죽기도 할까? 그렇다면 얼마나 굶주려 그리 될까? 오늘 내가 사람에게 한 말은 딱 한 문장이다. 카모마일 차요. 어제는 좀 나았던가. 그래, 어제는 스무 마디는 했겠다. 겨우 얼굴만 아는, 이름도 아직 모르는 이들에게 인사를 했고 슈퍼에 들러 물건을 몇 가지 샀으니까. .. 삶의 그림 2017.03.16
해마다 당하면서도 봄이구나, 또 방심했다(17.3.8.) 백수답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다. 늦게 잠자리에 들 때마다 느꼈던 내일의 기상에 대한 불안과 이미 일을 마친 듯 천근만근인 몸뚱이, 그 몸뚱이를 끌며 일어나야 하는 비애와 울분은 이제 안녕이다. 내 기상 시간에 이미 일터에서 분주할 벗들에게 아주 잠깐 느끼는 미안함 말고는(사.. 삶의 그림 2017.03.09
퇴임(17.2.17) (2월 말까지 적은 살아 있지만)2017.2.9. 마침내 퇴임식을 치루었다. 플래카드도 공로패도 별도의 퇴임식도 극구 사양하고 이임인사에 묻어 최대한 조용히 치루고자 원하였고 뜻대로 되었다. 아름다운 꽃다발 한아름으로도 넘치는 호사였다. 29년 6개월의 의미가 의식으로 빛나겠는가. 그동.. 삶의 그림 2017.02.12
쁘띠부르조아의 안락(17.2.5)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엊그제 벗들을 만났다. 이십년 넘는 우정을 잇고 있는, 사회에 나와 사귄 벗들 중 가장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다. 한 주 있다가 나흘 쯤 함께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 최종 점검도 하고 없는 장비(내게 절대 없는 수영복 따위)도 구비할 겸 .. 삶의 그림 2017.02.05
낯선 산길 걷기(17.1.15) 서울에 갔다가 할 일이 없어 아이가 걷는다는 길을 따라 걸어 보았다. 길은 부소산보다 조금 수월한 편한 산책길이어서 복장 관계 없이 부츠 차림으로도 하나 불편함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서울 둘렛길이라고 안내판이 적혀 있다. 길고 긴 서울 둘레의 극히 일부인 모양이다. 대학교 건너.. 삶의 그림 2017.01.19
시간 쓰는 연습(17.1.12) 요즘처럼 시간을 가지고 고심한 적이 없는 듯하다. 날마다 시간을 앞에 두고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잘 몰라 지켜만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에는 죽으나 사나 주어진 여건에 맞추어 쫓겨 살아야 했으므로 늘 나의 시간을 앗긴 것처럼 피해의식 속에 살긴 했어도 내게 선택의 여지가 별.. 삶의 그림 2017.01.13
박근혜는 예수? 서석구 변호사의 불온한 '기도'(17.1.6) 답답하다. 차라리 예수와 하느님을 지우고 부정하여 예수와 하느님을 빙자하고 빌붙을 여지를 주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예수같은 혁명가가 필요하다면 누구의 이름에 기대지 말고 우리 스스로를 혁명 하는 것이다. 하느님을 들먹이는 개또라이들이 너무 많다. http://www.ohmynews.com/NWS_.. 삶의 그림 2017.01.06
피하고 싶은 숙제(17.1.6) 웬일로 사흘을 열심히 걸어 작심한 사흘을 채우고 오늘은 운동을 작파하고 그간의 과정으로 보아 만남이 쭈욱 가리라 확신이 들게 된 지 인들을 만나 점심부터 이후 여섯 시간의 수다로 밤에 이르렀다. 헤어지며 만나서 좋았다고 인사를 하는 이유가 죽음에 대한 대화가 많았던 때문이라.. 삶의 그림 2017.01.06
2017년을 맞으며(16.12.31) 오늘은 미루던 건강검진을 했다. 마감을 하루 앞두고야 어렵게 해내었으니, 게으름은 역시 평생 고치지 못할 내 유전자다. 그나마도 다른 병원이나 이웃 도시에 가서 검진해야 할 내시경, 산부인과는 포기하고 말았다. 건강검진 끝나고 착하게도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한 사흘 전 쯤 엄.. 삶의 그림 2016.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