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까지 적은 살아 있지만)2017.2.9. 마침내 퇴임식을 치루었다.
플래카드도 공로패도 별도의 퇴임식도 극구 사양하고
이임인사에 묻어 최대한 조용히 치루고자 원하였고 뜻대로 되었다.
아름다운 꽃다발 한아름으로도 넘치는 호사였다.
29년 6개월의 의미가 의식으로 빛나겠는가.
그동안의 나의 삶으로 증거가 되는 것이고, 그 가치는 내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빚진 삶이었음은 명확하다.
경제활동으로서의 직업 이상으로 귀한 소명이라 믿었지만 툭하면 내 이기적 안위에 함몰되고
문제에 대해서 나를 꾸짖기에 인색했다.
좀 더 나 자신을 믿고 독려해도 좋았을 텐데 자신감이 부족했다.
삶에 큰 그림을 그려가는 데 있어 통찰력과 진취적인 자세가 부족해 자주 길을 잃었다.
늘 내가 베푼 사랑에 대한 손익을 따져가며 손해를 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정산은 이제 끝났다.
새 길을 가려는 마당에 후회와 아쉬움은 걸음을 무겁게 할 따름이다.
끝까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았고, 동료들에 대한 믿음과 감사함에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
그걸로 족하지 않은가.
마지막 파티는 즐겁고 행복했다.
나는 기꺼이 3차까지 함께 하며 주인공의 도리를 다하였고
그간 못다 보여준 동료에 대한 사랑을 거침없이 쏟아 부었으며
동료들도 또한 그리하였다.
연신 눈물 짓는 어린 동료가 너무도 고마워서 등을 토닥이자니 내 맘도 뭉클했다.
꽤 늦어 대리를 불러 돌아오며, 그리고 불꺼진 빈 집을 들어서며 나는 슬프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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