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도색(16.9.21) 남들에겐 대단한 일이 아닐런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근래 최고의 산뜻한 선물이다 어느 날 도로를 막길래 애먼 길에 또 뭔짓을 하나 했는데 눈이 번쩍 뜨이는 도색을 해냈다 툭하면 우왕이고 좌왕인 나를 손끌어 인도하는 친절한 정신이다 갈팡질팡 확신 없고 어물어물 때 놓치는 게 일인.. 삶의 그림 2016.09.21
아직까지는 대책이 없다(16.9.9)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그는 내게 화를 내는 듯 하다 시도 때도 없는 밑도 끝도 없는 그 짓무른 애상이 짜증스럽기도 할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나도 심사모를 내가 화가 난다 나의 시대는 늘 안개 축축히 젖는 세기말 나의 아침에는 쨍하고 해가 뜨는 법이 없고 누가 벌을 세우는 것도 아.. 삶의 그림 2016.09.09
용어 학습(16.9.8) 오늘 아침 기사 하나를 읽다가 '불신의 자발적 유예'라는 용어를 보았다. 코울리지를 워즈워드와 묶어 들어본 적이 있지만 영문학사를 제대로 공부해 본적이 없으니, 따라서 코울리지 책을 읽어본 적이 없으니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일테고 이제나마 알았으니 다행이다. 출근길 내내 그 말.. 삶의 그림 2016.09.08
과묵하나 무겁지 않은 시간들(16.9.6) 별 말 하고 싶지 않아 참 고단하네 환절기라 그런 거겠지 가볍게 생각하려 하지 고단해서 좋은 점(혹은 나쁜 점) 하나는 있어 잠이 사태처럼 밀려와 아무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거지 몸이 아플 때면 잠을 청해 고통을 잊듯 잠은 마음의 병에도 제법, 아니 엄청난 효험을 발휘하지 긴 잠.. 삶의 그림 2016.09.06
해 지는 풍경(16.9.2) 오랫만에 전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을 만났다. 함께 한 우리 넷 중 둘은 퇴직했고 나는 내년 퇴직 준비중이며 나머지 한명도 몸이 따르지 않아 얼마나 현직을 유지할지 기약할 수 없다. 모처럼 사는 일에 대한 깊고 밀도있는 대화가 오간 시간이었다. 헤어질 때 한 분이 말했다. .. 삶의 그림 2016.09.03
올여름의 게으른 독서생활(16.8.25) 올여름, 초유의 더위로 원치 않는 하안거ㅋ에 들어 세상과 거의 담쌓고 지내는 동안 함께 한 책들이다. 도서 선정이 상당히 잘못 되었다. 그동안 소원하게 지냈던 한국 소설에 대한 관심과 애정 진작을 위해 몇 권을 의도적으로 목록에 넣었었다. 촌평을 하자면, 김연수의 <<파도가 바.. 삶의 그림 2016.08.25
갈피는 잡히지 않고(16.8.24) 아무런 할 말이 없다. 과묵의 무게를 느껴보고자 일부러 말을 삼키고 삭이는 것이 아니다. 말수는 줄고 생각은 많아졌지만 길게 생각을 했다고 해서 머리 속에 하얀 길들이 쭉쭉 뻗이 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냥, 기진해 버린다. 엉킨 실타래를 수북이 앞에 쌓아 두고 갈피를 찾지 못하고 .. 삶의 그림 2016.08.24
뜻밖의 선물-책갈피(16.8.22) 요즘 심심해서 조잡하게 책갈피 몇 개를 만들었었습니다. 사진이나 글귀를 코팅해서 오리는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일이었죠. 온통 읽다만 책이다 보니 책갈피가 많이 필요했던 거지요.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고운 어린 동료로부터 아주 귀한 선물을 받았어요. 아주 예쁘고 값져 보이는 .. 삶의 그림 2016.08.22
욕심 내보는 일(16.8.190 올 여름에는 여차저차 그림을 꽤 많이 보았다. 그림은 보면 볼수록 관심이 커지는 분야이고 마침내는 조그만 욕심도 생겨 수용자 뿐 아니라 생산자(이를 테면. 거창하게 생각할 것은 아니고)도 되고 싶은 꿈도 꾸어본다. 내년에는 데생을 해보고 싶다. 취미에 꼭 재능이 필요할 것은 아니.. 삶의 그림 2016.08.19
시를 읽다가(16.8.18) 김사인의 시 한 편을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담담하고 조용하고 깊고 곱다. 아름다운 시를 읽다보면 나는 고마운 마음이 넘쳐 흐른다. 기도하는 마음과 다름 아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많고 많지만 이렇게 사람 마음을 어루는 일, 참으로 높고 귀한 일이다. 삶의 그림 201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