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좀처럼 들지 않고(11.11.16) 날은 좀처럼 들지 않고... 이삼일 흐린 일이야 변비 만큼이나 흔한 일이지만 이 사소함이 사소하지 못하고 납득 안가게 턱없이 기를 꺾는다. 울고 싶은데 뺨 맞은 양 주저앉아 울고 싶어 진다. 사는 게 롤러코스터 타듯 신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차마 목숨은 생각치 말자... 단상 2011.11.16
청한 하늘 (11.11.14) 저 청한 하늘 저 흰구름 왜 날 울리나 밤새워 물어뜯어도 닿지 않는 마지막 살의 그리움 피만 흐르네 더운 여름날 썩은 피만 흐르네 ............죽어 너되는 날의 아득함 아 묶인 이 가슴... 그저 하늘이 푸르다고 옛날에 불렀던 '새'라는 노래가 뜬금없이 왜 떠오르는거죠? 왜 서러운 .. 단상 2011.11.14
인도 생각 지금 북인도에는 눈이 많이 내렸으려나. 험한 고개들은 다 막히고 거대한 산맥 속 외로운 섬이 되어 길고 지난한 시간을 견뎌야 하는 때가 되었겠다. 시간은 아주 깊으나 담담히 흐르고 사람들도 조금씩 말수가 줄려나. 인터넷을 두들겨 겨울의 레를 물었더니, 그 여름, 그 수다스.. 단상 2011.11.13
송중기 예찬(2011.11.12) 가을도 이제 다 가는데, 올핸 단풍구경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보내는가 싶다. 그럼에도 울울한 하늘을 핑계로 오늘도 산에 가기 보다는 극장으로 향했다. 안이한 결정. 가는도중 하늘이 제법 개이는데, 결단은 빨라야 결단인 거지, 극장 가는게 맞나 하다가 극장에 도착했고 융통성.. 단상 2011.11.12
커피 예찬(11.11.11) 나의 출근 준비의 마지막 단계는 커피 만드는 것. ( 와우, 네스카페 구스토의 그 간편함!!!) 조금이라도 더 향과 온기를 지키기 위해 집 나오기 바로 직전에 만든다. 참 나름 호사라 행각한다. 비교적 저렴하게 누릴 수 있는 호사. 물론 직장에 도착하면 거품도 사그러들고 온기도 많.. 단상 2011.11.11
황량하던 어느 이른 봄 저장해둔 사진이 하도 방대해서 정리를 하다가 심심풀이로 만들어 본 움짤을 발견했다. 움짤은 심심풀이였지만, 이 사진은 내가 좋아하던 것이었다. 기술적으로 잘 찍어서가 아니라 흙바람 불던 황량한 봄날이 참 잘 살았다고 여겨져서다. 정확히는 그때의 감정이 잘 살아나게 해.. 단상 2011.11.08
자기 싫다(11.11.6) 정말 최악의 수면습관이다. 평일에도 새벽 두 세시, 심하면 네시가 넘어야 잠을 잔다. 퇴직을 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 그건 맘껏 늦게 잘 수 있다는 것일 것이다. 늦게까지가 아니라 늦게 말이다. 아이 때부터 방학이 되자마자 젤 먼저 달라지는 점은 밤낮 바꾸는 일이었었다. 그런.. 단상 2011.11.06
무참하다(11.11.02) 이른 아침 출근길부터 전기톱(내가 젤 무서워하는 흉기!!!) 소리가 무시무시하더니 퇴근 무렵에는 나무들이 죄 이렇게 사지 절단되어 이런 형국이 되었다. 아무리 내가 감상주의자임을 감안해도 이건 너무 심하지 싶다. 아무런 상의도 합의도 없이 이렇게 오래 자라온 생명들을 일.. 단상 2011.11.04
손가락만한 개망초(11.10.29) 잠시 교사 주변을 산책하다가 발견한 개망초 한 포기. 여름날의 그 거침없는 생명력과 비교해 너무도 연약한 이 철없는, 손가락만한 개망초 한 포기는 꾸중이라도 들어야 할만큼 너무 당당하고 천연덕스럽다. 학교 화단에 한 달은 족히 넘게 심겨져 있는 조화 한 송이. 끝내 아무.. 단상 2011.11.03
Narcotic...(11.11.03) 3학년 아이들은 시험이라 일찍 끝나고, 1,2학년은 방과후 활동하러 나가고,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참 적막하고 여유롭다. 그래서 음악을 들어가며 미루어 둔 일을 할려 했는데 너무 깊이 음악 속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물귀신이 발을 잡아 당기는 듯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허우.. 단상 2011.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