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마지막 예쁜 장미(11.11.01) 아마도 올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학교 뒷동산의 덩쿨장미 한 떨기를 멋대로 치장해 보았습니다. 나처럼 자상하고 다정한 사람을 만나 아름다운 네가 호올로 스러지지 않는거지? 장.미.야. 단상 2011.11.02
가을의 얼굴들(11.10.31) 아주 어릴 때 주인공 할아버진가가 진눈깨비에 홀리는 내용의 동화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각인이라는 게 있죠? 그때부터 홀린다는 말에 홀려있는 것 같습니다. 이년이 채 안 되는 동안 안개속에 서너번이나 길을 잃었습니다. 안개에 홀린 거겠죠. 올가을도 한 번 그랬습니다. 이.. 단상 2011.10.31
9월엔 이렇게 싱그러웠다(11.09.07~09) 십분이면 교사 주변을 한 바퀴 휘이 둘러볼 수 있다. 십분의 그 넉넉한 여유. 보통은 그냥 창밖을 내다보다가(사실은 그마한 여유도 자주 갖지는 않지만) 막상 나서면 만상이 내 감각 안으로 들어오며 조금 사무치게 된다. 내게 꽃은 대개는 그냥 꽃인데, 이꽃은 층층이 있으니 층.. 단상 2011.10.30
내 삶에 내 뜻은 얼마나 되는지(11.10.29) 가을 한 토막을 놓쳤다. 며칠을 꿩 새끼마냥 머리 처박고 일을 하다 고개를 빼보니 가을이 저만치 내빼고 있었다. ㅉ.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건만, 시절을 며칠 깡그리 잊었다. 이젠 좀더 따져가며 살아야겠다. 내 삶을 덧없고 구차하고 슬프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우선.. 단상 2011.10.29
미세해지는 감정이 조금 두렵다(11.10.24) 토끼의 앞발을 조물락거리다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발. 시트콤에서 학예회처럼 하는 명성황후를 보고도 가슴이 먹먹하도록 울고, 국군의 날 기념 다큐멘타리에서 군견을 보고도 운다. 늙고 종양을 가진, 가련한 행색의 우리집 개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한다. "올 겨울을 씩씩하.. 단상 2011.10.24
흔적(11.10.17) 흔적 1. 요즘 들어 애기가 부쩍 보챈다. 툭하면 철창을 물고 흔들어 대는 통에 적잖이 소란스러워 그때마다 꺼내어 안아 주었더니, 그걸 파악한 것 같다고 남편이 말한다. 엊그제 운동 가지 전에 하도 고단해서 애기를 안고 잠시 누워 있었다. 내가 팔찌에 대한 (비싼 팔찌는 있지도.. 단상 2011.10.17
안개 속에서는 내가 미망입니다(11.10.10) 아, 어쩝니까? 오늘도 안개에 홀려 길을 잃었습니다. 벌써 네 번째 입니다. 작은애가 들으면 이런 엄마가 무섭다고 할 것입니다. 다리를 건너기 전 스스로에게 다짐을 두었습니다. 아, 다리다, 오늘은 놓치면 안된다. 하나, 다리를 건너는 일분 남짓한 시간에 정신을 놓았고, 정신을 가다듬으니 어김없.. 단상 2011.10.10
시의 평균 수명(11.9.29) 학교에 책이 한 박스가 배달되어 왔다. 모두 우수도서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데, 일년에 두어 차례 오는 것 같다. 무료로 보급되는데, 박스를 잘 읽어보니, 복권 판 돈으로 예산이 충당되나 보다. 스티커가 무색하지 않게 좋은 책들이다. 나로선 생활에 바쁘다는 핑계로 독서라곤 한 주에 주간지 몇 .. 단상 2011.09.29
참 사소한 삶(11.9.29) 들판에 산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들판의 초록은 이제 여름날의 초록이 아니다. 허투루 흘려보낸 한 순간 없이 오롯이 제 앞의 시간을 다 품었다. 그래서 한포기 미미한 삶이 묵근해졌다. 들판 건너 연무 속에는 산그림자들의 중첩. 생각해보면 나의 삶에는 중첩이 없다. 아침을 허겁지겁 달려 일터.. 단상 201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