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말(11.05.03) 빗소리가 거셌다. 잠결에 생각했다. 꽃이 다 지겠구나. 눈물이 나려고 했다. 세월에 조금만 의연해지면 좋을텐데, 그건 젤로 어려운 일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나이 먹어 혹시 마음이 편해 진다면 그것도 괜찮겠다 하다가도 문득 이렇게 내 속내는 이렇구나 확인하게 된다. 쑥쓰러워하.. 단상 2011.05.03
죽음(11.04.08) 나도 모르게 "아" 짧은 탄식을 했다. 종종 길위에서 무참하게 훼손된 동물의 사체들을 보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생명을 떠난, 외면하고 싶은, 그 강도높은 공포가 죽음에 대한 애도를 압도하는 끔찍한 색깔과 질감의 물질인데 이 고라니는 피 한방을 흘리지 않고 고요히 죽어 있다. 질주하.. 단상 2011.04.08
어김없이 삼월이면... 우울의 병이 재발하려 한다. 삼월엔 어김없이 바람이 불고, 봄에 대한 섣부른 기대와 소망은 가차없이 배반 당하고 바람 속에서 사정없이 휘둘리고 불려 마음이 정처가 없다. 단상 2011.03.05
우연의 효과 이게 무엇같아 보이나요? 좀 징그러운가요? ㅎㅎ 김 덜 빠진 밥을 랩 씌워 놨더니 이렇게 물방울이 맺혔네요. 인생이 워낙에 공짜없는 필연의 톱니 바퀴 같으니 많은 이들이 시지프스처럼 느끼며 살지는 않나요? 인생에서 이런 우연의 효과를 종종 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행복한 우연 말이예요. 기대.. 단상 2011.01.25
마른 잎 다시 살아나(2011.01.25) 화초를 가꾸는데 소질도 성의도 없다. 그래서 내 집에 온 화초들은 시름시름 앓다 죽거나 비루한 모습으로 근근한 삶을 산다. 살면서 많은 하기 싫은 일들을 해내며 살면서 유난히 분갈이나 죽은 화초 치우는 일 따위엔 한 없이 게으름을 피운다. 내 집의 화초들은 죽을 때까지 분갈이 한번을 못 누려.. 단상 2011.01.25
아, 경이로운 찰나 방학 중 근무라 마음이 헤이해져선 늑장을 피우다 늦어 허겁지겁 뛰던 참에 우연히 내려다본 운동장. 더 아름다운 풍경이야 쎄고 쎘겠지만, 이순간에는 내 삶 속에 들어와 있는 이 풍경보다 더 아름답고 절실하게 닿는 것은 없겠지. 연일 추운 날씨로 녹지 못한 운동장 하얀 눈밭 가로 살짝 눈꽃이 핀 .. 단상 2011.01.07
겨울 저녁 정경 늦은 시간도 아닌데 해는 일찍 지고 한기가 몸과 마음에 속속이 스미는 시간 이런 때는 가난하지 않은 사람도 천애고아처럼 외로운 양 울고 싶어지지 아니면 그러고 싶어지든지... 겨울날 퇴근 무렵 풍경은 늘 이렇다. 낮동안 잠잠했던 대기가 이맘때면 싸늘이 식고 아무리 든든히 싸매어도 이 시간의 .. 단상 2011.01.06
삶의 진실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초가을 오후, 햇살이 눈부셔 행복에 겨워 교정을 소요하던 나를 급작스런 공포로 몰아 넣었던 매미의 허물. 이른 국화는 이렇게 터질듯 피고 있는데... 단상 201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