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십년이나 이십년 전의 나를 잊은게 아니다. 바로 한 해 전의 모습, 어제나 그제도 나는 없다 내가 보는 내가 막막하다 달리 살아야겠다 추억은 섬광처럼 맥락없는 환영 이제껏 살아온 삶은 유령 내 삶에 지문을 남겨볼 것이다 단상 2009.11.18
운동화 끈을 풀기 싫어... 운동화끈을 풀기 싫어 어거지로 발을 우그려 넣다보니 금새 뒤축이 꺾여버렸어. 잠시 앉아 찬찬히 끈을 가다듬는 습관을 들여야겠어. 운동화끈 하나를 묶어가면서 잠시 삶에 경건할 수 있으면 좋겠어. 급할 것 하나 없는 권태로운 삶인데 경황없이 살다보니 살아온 날들이 이날까지 혼돈이야. 단상 2009.11.17
심연은... 심연은 어둡지 않고 보랏빛 연무로 그윽해서 내 목숨도 슬프지 않게 않을 듯 하다 푸른 먹빛 밤하늘에 새 한마리 날개를 하얗게 반짝이며 난다 저승과 이승을 경계없이 넘나든다 지금 내가 보는 세상은 사실보다 더 사실같은 현상의 극사실화다 단상 2009.11.17
무제(1) 마음을 접길. 사랑 후에 그렇게 사는 거라고, 그럼 살아지는 거라고 한다 꽃같이 분분이 날리는 마음과 싱그런 잎처럼 장하고 설운 마음은 꼭꼭 접고 바람한점 없는 저녁, 미동도 없는 강물처럼 마음이 그렇길. 천근만근 돌덩이로 검은 심연에 갈앉아 있다가도 사소한 일에도 해일처럼 무너지고 가는 .. 단상 2009.10.27
차단 그대 마음에 닿지 않는다 따뜻한, 날센, 집요한 그 어떤 마음으로도 그 마음의 차고 매끄럽고 단단한 외피를 벗길 수없다 온 몸이 나른이 녹아내리는 봄날 송곳같은 여름날 소나기 스산이 마음이 삭아내리는 가을 바람에도 그대의 마음은 침묵으로 변함없고 마침내 나는 어이해야 하나 .. 단상 2009.09.17
세상의 끝으로 걸어가듯... 무량의 가을 숲으로 걸어갑니다. 몇 걸음 걸어 각박하고 고단한 일상이 아득해지고 나는 마치 이승 사람이 아닌양 마음이 편안하고 무념해집니다.언제나 시간을 질러 살아야 목숨이 이어지고, 사람사이는 자칫하면 어긋나서 그 균열과 뒤틀림에 마음이 아프고 숨이 가빠 잠시 손을 놓고 마음을 내려.. 단상 2008.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