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즐겁구나. 하하, 즐거운 상상이다. 윤제림 시인의 새 시집 리뷰에 우리 학교 여교사가 창밖을 내다보는 시구절이 있다. 남편이 묻는다. " 이 사람, 혹시 당신 아냐?"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그렇다면 좋겠다. ㅎㅎ 올봄, 가끔씩 뒷동에 갈때마다 봄볕 가득한 정림사지 울안을 넋을 잃고 내려다보곤 했었다. 십년을 .. 단상 2008.07.10
찬바람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정녕 오늘은 뒹굴거리며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평상시 일과와 다름 없었지만 토요일이라고 오후에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방탕한 주간 생활의 고단한 몸이 휴식을 취할 시간이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오늘은 그러지 않을 참이었습니다. 우선은 날이 꾸물댔습니다.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그리운 날씨.. 단상 2008.01.13
덕분에 오랜만에 궁남지 들을 걸었다. 아, 공기에서 단내가 난다. 눅눅히, 낮게 깔리는 공기 속에 한참 부풀어가는 낟알의 냄새가 달다. 지리하게 비내리던 날들, 그 틈틈으로 더욱 강렬했을 햇볕과, 그 속의 숨찬 노동이 이제 저 벼를 달게 여물게 하는거다. 결국 나의 찬사와 감사는 추상일 뿐이지만, 그러나.. 단상 2007.08.21
다시금 어두운 집 며칠을 밤을 밝혀 투닥이며 낡은 빈집을 손보아 들어오더니, 빈집에 어둑한 등불이 그렇게 반갑더니 어느날 흔적도 없이 인적이 끊기고 다시금 깊은 아가리 같은 어둠이 처마속을 채웠다. 바람을 많이 타는 그 낡은 집에 어울리지 않게 탐스럽던, 마당끝 곰같은 외래종 개도 없어지고, 정체를 알수없.. 단상 2007.07.16
소멸되어간다는 것 문득 흐린 달을 보다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난 여름 아테네에 갔었죠. 아테네는 폐허입니다. 가난하고 황막하죠. 파르테논 신전을 두 번 가 보았습니다. 한낮,너무 건조해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햇살아래 발밑에 적나라하게 부서져있는 신전의 파편과 달밤, 푸른 조명아래 밤하늘에 신비롭게 떠있던.. 단상 2007.04.27
사람사는 세상 즐거운 모임이었어요.(코치님은 낼 손들고 벌서요) 못하는 술 한잔 하고 술깨느라 으슥한 곳에 잠시 짱박혔드랬어요. 서늘한 이마를 하느라 밤하늘을 우러렀지요. 밤인데, 물론 밤이니까 별은 초롱한데, 오늘따라 더욱 선연하구요, 밤하늘에 저 고운 흰구름이라니요. 혹시 영화 "가위손" 기억하시는지... 단상 2007.04.18
[스크랩] 아우, 지친다. 사는데 지치는 때가 있다. 늘 같은 일상에 우선 지치고, 부대끼는 일과 사람에 지치고, 심지어는 사랑에도 지치고.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도 힘든 때가 있다. 지금이 나에겐 그렇구나. 그렇지만, 지금쯤 젯상 치우고 그많은 식구 뒷치닥거리하고 있을 허리 아플 홍경이도 있고, 뻑뻑한 눈으로 책을 들여.. 단상 2007.04.11
비행기 안에서 로마-서울 행 태양의 길을 거슬러 노을과 여명을 모두 보다 먹물 같은 하늘 한끝 구름 위로 마치 서해바다 낙조를 보듯 석양과 여명의 빛이 같더라 우리 삶도 이렇게 때로 거스를수 있다면 좋으련만 단상 2007.04.04
길에서 길을 잃고 이쯤 어딘가에 이정표가 있었는가,아니 없었는가 딴 생각에 빠진 틈에 지나쳤는가 좀 근심스럽다가 이내 드는 생각. 무작정 나선 길에 좀 더 가면 어떻고 덜 가면 어떠리 삶을 사는데도 마춤없이 항상 어긋나는데, 그깟 길을 좀 벗어났기로. 단상 2007.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