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밤을 밝혀 투닥이며 낡은 빈집을 손보아 들어오더니, 빈집에 어둑한 등불이 그렇게 반갑더니 어느날 흔적도 없이 인적이 끊기고 다시금 깊은 아가리 같은 어둠이 처마속을 채웠다. 바람을 많이 타는 그 낡은 집에 어울리지 않게 탐스럽던, 마당끝 곰같은 외래종 개도 없어지고, 정체를 알수없던 여러 식구들도 그들의 골깊은 노동의 흔적이 새겨져 있던 검은 얼굴의 흐릿한 잔상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 집은 또 얼마나 오래나 어둠을 품고 사위어갈 것인가. 낡은 함석의 채양이 바람을 타고, 장마에 습기를 머금은 흙벽도 온기없이 허물어져 가겠지. 잠시 머리를 다듬었던 생울타리도 이제는 봉두난발, 쑥쑥 웃자라겠지.
그들과 한 마디 말도 나누어 본적 없는데, 그들이 떠난 지금, 뜬금없이 사람이 그립다.
잠시 머물다 간 목소리가 크고 말이 거칠던 그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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