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찬바람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heath1202 2008. 1. 13. 13:27

정녕 오늘은 뒹굴거리며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평상시 일과와 다름 없었지만 토요일이라고 오후에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방탕한 주간 생활의 고단한 몸이 휴식을 취할 시간이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오늘은 그러지 않을 참이었습니다.

우선은 날이 꾸물댔습니다.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그리운 날씨였어요.

운동은 하는 둥 마는 둥, 따뜻한 음식과 폼으로 술잔을 앞에 하고 즐거운 대화가 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어찌되었던 다시금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어스름녁, 눈을 떴는데, 문득 미동없는 훈훈한 방안의 공기가 갑자기 숨이 막혀왔습니다.

권태와 무기력이 내 목을 졸라오는 듯했습니다.

나섰습니다.  간만에 의기양양한 겨울바람이 폐부에 통쾌하게 꽂혀오대요.

스쿼시장에 가서 혼자 연습도 잠시 하고, 그냥 커피 홀짝이며 앉아 있는데,  참 좋더이다.

편안하더이다.

 

걸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부엉이처럼 지혜로와졌으면 했습니다.

나를 해방시키고 상대를 해방시키며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구나,

일상의 지리멸렬함이  나를 지치게 하지않고,

나의 몽상이 나를 현실의 이방인으로 만들지 않으면 좋겠구나,

나를 에워싼 사람들이 나로부터 일말의 사랑이라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좋겠구나...

세상은 지척이지만 이만큼 어둠 속에 비켜서 있다보면, 적막하게 생각에 빠져 갑자기 성숙한 양,

홀로라도 외롭지 않을 수 있더군요.

고독하되 마음 속에 멜로디가 혼자 공명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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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먼 소린지 원.

우리 남편이 좀전에 프라하에서 전화를 했더군요.

혼자 뚜벅뚜벅 여행중인데, 자유롭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겠지요.

기꺼이 홀로 떠나는 걸 보면 자유의 바람이 인에 박힌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 또한 진정으로 사람의 온기를 소중히 여길 수 있겠지요.

 

나도 떠나고 싶네요.

그러나, 나는 마음이 자주 추워서 항상 좋은 벗을 동행으로 하지요.

어디로 갈꺼나. 어딘들 어떻겠습니까?  그저 느끼기 나름이겠지요.

 

여러분은 영화 "빠삐용"의 스티브 매퀸형인가요 더스틴 호프만 형인가요? 

대답은 머, ... 감옥속의 안주이겠죠?

그 영화 주제가 " free as the wind" 가 생각납니다.

 

Ladies and gentlemen, good night~

이상  바람 상쾌한 날의 횡설수설, 읽어 주셨다면 감사, 아니어도 노 프라블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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