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세상의 끝으로 걸어가듯...

heath1202 2008. 11. 5. 09:52

   무량의 가을 숲으로 걸어갑니다.  몇 걸음 걸어 각박하고 고단한 일상이 아득해지고 나는 마치 이승 사람이 아닌양 마음이 편안하고 무념해집니다.언제나 시간을 질러 살아야 목숨이 이어지고, 사람사이는 자칫하면 어긋나서 그 균열과 뒤틀림에 마음이 아프고 숨이 가빠 잠시 손을 놓고 마음을 내려놓고 있고 싶었습니다. 잠깐 그래도 괜찮았으면 하고 참으로 간절하게 꿈꾸었습니다. 

   숲은 깊고 아늑하여 그 품에서 깨지않는 잠을 자도 좋을 듯 싶습니다. 숲속에선 바람도 불지 않고 그저 발밑에 나지막한 나뭇잎의 수런거림 뿐입니다.  이 숲 어느 골에 웅크려 깃들어 한 겨울이 가고 새봄을 맞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물녘, 거리를 걸을 때 마음 속까지 시려오는 냉기가 나를 슬프게 하고 그리하여 누군가의 품에서 헉헉 울고 싶게  만들곤 하던 겨울을 잘 살아낼지 나는 엄두가 안납니다.  

   거리의 플라타너스는 가을도 겨울도 어느 계절도 아닌 잎을 단채,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얼굴로 말라가고 있습니다.  던져버리는 삶이 간절해지는 순간입니다.  대영박물관에서 미이라를 보았던 끔직한 경험이 생각납니다.  의미를 다한 목숨이 어찌 소멸되지 못하고 저리도 시커멓게 오그라붙어  흉물스런 모습을 저자에 전시해야 하는지 그 영생의 꿈이 처절하고 비참했습니다. 거리의 잎이 그렇습니다. 푸르되 생명의 빛이 사라진 건조하고 무표정한 당신들의 얼굴.

    바삐 깃들 곳을 찾아야겠습니다.  이 저자거리에서 무량의 숲처럼 따뜻한 곳을 찾아야겠습니다.  내가 춥다면 당신들도 춥겠지요.  어찌할까요.  당신들은 내 가슴에 깃들고, 나는 당신들에게 기대고 그런 흐뭇한 꿈을 꾸어볼까요?  따뜻해야지요. 그리고 그.리.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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