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궁남지 들을 걸었다.
아, 공기에서 단내가 난다.
눅눅히, 낮게 깔리는 공기 속에 한참 부풀어가는 낟알의 냄새가 달다.
지리하게 비내리던 날들, 그 틈틈으로 더욱 강렬했을 햇볕과, 그 속의 숨찬 노동이
이제 저 벼를 달게 여물게 하는거다.
결국 나의 찬사와 감사는 추상일 뿐이지만,
그러나마 나는 눈물이 나게 가슴이 일렁인다.
하늘에 구름이 흐르고 별도 덩달아 흐르고 여름달이라 아직은 붉은 반달도 있고
가끔씩 가벼운 바람에 볏잎 서걱이는 데
저 하늘과 들판 사이에 내가 서서,
나 아닌 것들, 나 아닌 사람이 이룬 것들에 감사를 한다.
진정으로 감사를 한다.
나는 참으로 복많은 인간이다.
내가 이루는 것없이 그저 잠시의 감사만으로도 이렇게 풍요를 누리는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