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의 수면(2011.12.21) 잠자는 시간이 길어졌다. 두어 시간 일찍 잠자리에 든다. 한시나 두시 사이, 적막으로 접어들기 막 전에. 이제 깊은 밤을 서성이는 사람들과 다른 세상을 살게 되었다. 결별을 하고 나서 보니 그들은 죽음의 영역에 한 발을 들여놓고 사는 참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늘 불온한 입김.. 단상 2011.12.21
열문장(11.12.19) 어느 날 깨달았다. 나에게는 열 문장도 넘기 힘든 고개라는 걸. 몇 줄 쥐어짜는데 땀이 난다. 통쾌하게, 담대하게, 거칠게, 파괴적으로 한 방 날릴 수 있는 문장이 터져 나오면 좋으련만. 늘 무슨 말을 해야하나 전전긍긍 고심하다보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무슨 말이 하.. 단상 2011.12.19
자초하는 외로움의 달콤함(11.12.19) 나는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소한 일일 지라도 여덟번 쯤은 아니고 두어 번 그렇다 순순해 본 기억이 없으니 태생적으로 그런거리라 아니라고 말할수록 나는 타인에게 불편한 사람이 되어간다는 걸 안다 아무리 사소해도 '아니다'는 불온하므로 누구든 거부 당했다는 것은 깊거나 얕.. 단상 2011.12.19
상대적 가치, 상대적 행복의 슬픔(11.12.17) 토요일 오후, 하늘은 오늘도 흐리다. 예전에도 이맘때는 날씨가 늘 이랬었나? 아무런 기억이 없다. 마치 그해 겨울은 다사롭기만 했던 양 올해의 겨울이 견디기 어렵게 침울하게 느껴진다. 어제까지 아이들은 2학기 2회 지필평가(기말고사)를 치루었는데 오늘, 토요일 오후, 영어 .. 단상 2011.12.17
포기하면 편한 것(11.12.12) 사나흘 들이로 비가 오니 그 핑계로 근 이십일을 닦아 주지 않은차. 이십일을 닦지 않으며 살아온 나의 생활. 참 마디게도 찌들었다. 그런데 또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구나. 그래, 더러워질때까지 더러워져보자. 더 이상 더러워지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막 살아보자. 단상 2011.12.16
안개로 죽는 수도 있다(11.12.14) 자욱한 안개 속에 외진 가로등불이 해체되고 있다 삼투압처럼 안개는 빛으로 밀고 들어오고 빛은 안개 속으로 젖어 가고 있다 저멀리 작은 소읍, 점점 노란 등불 중에 한 점 자신의 것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늦은 시간이 아닌데도 차들은 쌩쌩 내달리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 단상 2011.12.15
비하?(11.12.12) 내 글의 심도는? 이런 질문은 오만 불순이고 자승자박인데, 그래도 딴엔 욕심이 날 때도 있는가 보다. 감히 심도를 논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손바닥 펴보이듯 참 단순하고 격없는 주인을 닮은 글들에. 정제 과정 하나 거치지 않은 일차원적 감정의 배설물. 간밤의 과음과 주사의 부.. 단상 2011.12.12
그리운 햇살(11.12.09) Before the dawn인지 After the dawn인지... 도대체 분간이 안가는 날씨다. 그대가 잠자며 중얼거리는 걸 들으니 "아침이 그를 데려가지 않게 해주세요" 옛날에 알던, 노바스코셔에서 온 캐나다 청년은 자기 동네 사람들이 겨울이면 술을 많이 마신다고 했다. 선술집에 앉아 하루를 보낸다 .. 단상 2011.12.09
건사(11.12.08) 건사 : 제게 딸린 것을 잘 보살피고 보호하는 일 나의 목숨이 더욱 질긴 것은 그것이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목숨 아닌 누구의 목숨을 건사해야 한다는 것. 내 하나의 목숨이야 쇠추처럼 무거워지면 몇 번을 떨궜을지 모를 일이지만, 등껍질 처럼 한몸으로 등짝에 매달린.. 단상 2011.12.08
귀가(11.12.07) 어스름 이 저녁 아직도 노상에 있는 것이 무섭다 정체가 수상한 시간 불길한 기운으로 의식은 흐려지고 검은 짐승에 쫓기듯 내달으며 묻는다 어디로 가는 거냐, 지금 반사처럼 밝은 곳으로 내닫겠지만 그곳이 살길인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갈 곳을 모르기 때문이다 단상 201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