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깨달았다.
나에게는 열 문장도 넘기 힘든 고개라는 걸.
몇 줄 쥐어짜는데
땀이 난다.
통쾌하게, 담대하게, 거칠게, 파괴적으로
한 방 날릴 수 있는 문장이 터져 나오면 좋으련만.
늘 무슨 말을 해야하나 전전긍긍 고심하다보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무슨 말이 하고 싶다는 건지.
아, 지리멸렬하다.
문장도, 결국 나도.
나도 참 슬픈 인간이다.
입은 붙었는데 노래도 하고 싶고 웅변도 하고 싶다.
제일 가여운 표본이다. 주제를 넘은 꿈을 가진 자.
열 줄 문장을 위해 영혼을 팔겠다면
개도 웃을 일이고
사줄 악마도 없겠지만
소망이 가상하다고,
신이든 악마든 열 줄 문장만 채울 수 있는 능력을 주면 좋겠다.
사기라도 칠 수 있는 기술을 준다면 좋겠다.
口業 좀 원없이 쌓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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