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소한 일일 지라도
여덟번 쯤은 아니고 두어 번 그렇다
순순해 본 기억이 없으니 태생적으로 그런거리라
아니라고 말할수록 나는 타인에게 불편한 사람이 되어간다는 걸 안다
아무리 사소해도 '아니다'는 불온하므로
누구든 거부 당했다는 것은 깊거나 얕게 사무칠 것이므로
이젠 아무리 먼 섬이 되어도 외로운 줄을 모르리라
외로움 또한 태생처럼 익숙하니
헛헛한 벌판에서도 나는 똬리를 틀 수 있으리라
외로움의 본질을 처절히 맛보며 홀로 죽을 수도 있으리라
허나,
외로움이 가련한 것은 아닐지니
그 또한 달다고 어거지를 쓸 것이기 때문에
다만 그리운 만큼 사랑하지 못했다거나
그리움으로부터 거절당했다거나
그리운 사람이 없어
정말 가엾구나 애처로운 눈길을 맞지는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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