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시의 평균 수명(11.9.29)

heath1202 2011. 9. 29. 14:26

   학교에 책이 한 박스가 배달되어 왔다.  모두 우수도서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데, 일년에 두어 차례 오는 것 같다.  무료로 보급되는데, 박스를 잘 읽어보니, 복권 판 돈으로 예산이 충당되나 보다.   스티커가 무색하지 않게 좋은 책들이다.  나로선 생활에 바쁘다는 핑계로  독서라곤 한 주에 주간지 몇 쪽 읽는 게 다이지만, 그래도 책이 오면 왠지 모를 설레임과 아쉬움으로 책 제목이라도 훑어보게 된다.  삼십권은 족히 될 책들 중에 몇 권이나 읽히고  또 새 책들을 받게될까.  태어나서 폐기될 때까지 한 번도 읽히지 못하는 책이 부지기수 일 것이다.  삶을 가엾다 생각하지만 책도 가엾기가 덜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중에 가장 가엾은 것은 시집이 아닌가 한다.  이번에도 시집이 많다.   동시집 한 권을 포함하여 열 권 가까이 차지 하고 있다.   30퍼센트 가까운 비율이다.  주변에 시 읽는 사람들을 통 보지 못하는데도 시집은 끝없이 태어난다.  값싼 허영의 산물이야 자기 만족일테니 안 읽혀도 큰 상관 없지만, 정말 자기 삶의 한 조각을 떼어내어 잉태한 시집들조차 애정의 눈길 한 번 받지 못한 채 도서실 구석에서 바래가는 것을 보면, 결국에는 시는 곤충의 마른 날개처럼 부서져 없고 간신히 시인의 이름만 남는구나 싶다.   

   그동안 생명은 방전되고 무기물이 되어 쌓여가는 시골학교 도서실 구석의 시집들.  산정이 불가능할 시집의 평균수명.  

   절도라도 고마운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