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안개 속에서는 내가 미망입니다(11.10.10)

heath1202 2011. 10. 10. 22:45

아, 어쩝니까? 

오늘도 안개에 홀려 길을 잃었습니다. 

벌써 네 번째 입니다.  작은애가 들으면 이런 엄마가 무섭다고 할 것입니다.

다리를 건너기 전 스스로에게 다짐을 두었습니다. 

아, 다리다,  오늘은 놓치면 안된다.

하나, 다리를 건너는 일분 남짓한 시간에 정신을 놓았고, 정신을 가다듬으니 어김없이 구룡을 향해 가는 것이었습니다.

유턴해서 뒤짚어 갈수도 있었는데, 길치인 주제에 무슨 배짱인지 감히 머릿속에 지도를 그렸습니다. 

벌판을 가로지르면 혹시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농로이니 속도는 못내지만, 지름길이면 보상이 될 수도 있을지도...

안개 낀 낯선 벌판에서 무서워 혼났습니다.  낯선 길은 가도가도 끝이 없는 것 같죠.

요행이 농부 한 분을 만나 안내를 받아 벗어나기는 했지만, 짧은 출근길에 너무 큰 모험을 감행했나 봅니다.

조심조심 살아도 불안한 이 시대에 말입니다.

 

안개 낀 날엔 이제 강박증상까지 나타나려 합니다.

안개 속에서 나는 피와 살의 육신이 아니라 안개로 분화하고 소멸되는 느낌입니다. 

안개 낀 날엔 반드시 반려자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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