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최악의 수면습관이다.
평일에도 새벽 두 세시, 심하면 네시가 넘어야 잠을 잔다.
퇴직을 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 그건 맘껏 늦게 잘 수 있다는 것일 것이다. 늦게까지가 아니라 늦게 말이다.
아이 때부터 방학이 되자마자 젤 먼저 달라지는 점은 밤낮 바꾸는 일이었었다.
그런데 낮잠을 잘 수 없는 지금까지도 그와 유사한 수면 습관을 수십 년을 고수해 왔으니
기본적으로 타고난 생체리듬 덕을 감안해도 참으로 고단한 인생을 살아왔다 할 수 있겠다.
네시 반인데 지금도 자기 싫다.
가족들도 다 포기한 나다.
한데 이상한 일이다. 나는 누군보다도 거뜬한 몸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열이면 열가지 스무가지면 스무가지, 건강하지 못한 수면습관을 다 가진 나인데,
그런데도 이만큼 건강한 것은 아마 밤에 꼼지락거리며 얻는 정신적인 만족감이 신체적 결핍분을 커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전히 습관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안들고, 다만 두시 쯤에는 잠자리에 드는 건전한 사람이 되고 싶긴 하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자긴 자야겠다.
내일은 가벼운 산행을 기약해 두고 있으므로. 처박아둔 등산복 손질하기도 싫으니 추리닝 입고 얼렁 뛰어갔다 와야지. 그리곤 비로소 잘까나?
어둠의 자식처럼 핏발선 눈으로 밤을 서성이는 나도 가끔은 고운 등산복 떨쳐입고 주말이면 산에 오르는 아주머니들처럼 건전하게 살아보자.
정말 굿나잇이다. 내가 이렇게 안자고 있으니 토끼까지 놀자고 날뛰어 녀석 건강도 상하겠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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