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황량하던 어느 이른 봄

heath1202 2011. 11. 8. 02:00

저장해둔 사진이 하도 방대해서 정리를 하다가 심심풀이로 만들어 본 움짤을 발견했다. 움짤은 심심풀이였지만, 이 사진은 내가 좋아하던 것이었다.

기술적으로 잘 찍어서가 아니라 흙바람 불던 황량한 봄날이 참 잘 살았다고 여겨져서다. 정확히는 그때의 감정이 잘 살아나게 해서다.

사진을 보니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두고 보던 그날의 그 황막하던 풍경이 살아난다.

그리고 유리 이편에서 저 편을 보며 느꼈던 안도감과 불안감도.

많은 것들을 잊는다.

잊혀진 감정과 기억이 아깝다.  가끔은 돌이키면 아프고 슬픈  손목위의 주저흔 같더라도 먹먹한 그 감정으로 존재의 기억을 갖기를 원한다.

 

브라운아이드 소울은 밤새 내 머리 맡에서 "똑같다면"을 부를텐데, 나얼은 나의 짧은 잠을 드나들며 위로가 될 것인가 불안이 될 것인가.

 

너무 늦었다.  이제 자야겠다.  내일은 정말 일찍 일어나야 하므로. 늘 조금 어긋나 삐걱거릴망정 나 또한 일상의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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