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을 아침(16.11.15) 연일 날씨가 포근해서 바쁜 아침, 성에 긁는 수고가 덜어진 조금 여유로운 아침이었다. 게다가 낙엽을 수북히 뒤집어 쓴 내 차를 보니 내 마음이 따스하고 흐뭇하다. 지는 낙엽으로 풍요로운 아침. 사람의 서정은 그걸 주는 자연을 납득하기 바쁘다. 단상 2016.11.17
시간 많아요(16.11.9) 내가 생각대로 퇴직을 하게 된다면 나에게는 대략 40퍼센트 정도의 수입이 줄게 된다. 퇴직을 지원하는 순간까지 나는 나의 퇴직금과 연금을 따져보지 않았고 그후에 대강의 액수를 알게 되었다. 그만큼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참으로 나이브하고 안이한 사람인데 얼마전 부터 출근길에 곰.. 단상 2016.11.09
새로운 삶을 기다린다(16.11.9) 내게 배움이 부족한 때문인가? 내 사는 것이 이만 뿐인 것이? 기도가 더 필요한가? 사는 동안 그만한 고뇌와 회한이 있었음에도? 아닐 것이다 그럴 리 없을 것이다 나는 이미 분명히 알고 있다 이성의 허울로 무수히 한계를 짓고 조건의 허울을 입히며 나는 나의 나태와 비겁을 합리화 해.. 단상 2016.11.09
덜 깨어/Elliot Smith ' High Times'외(16.11.3) 어김없이 오늘도 뉴스룸 보며 잠들었다가 이렇게 새벽을 좀비처럼 멍하니 깨어있다. 도저히 퇴근 후의 피로감을 이길 수가 없다. 그냥 고꾸라진다. 이럴 수 있는 것은 아마 무너지는 몸을 일으켜 세워가며 내가 보살펴야 할 대상이 없는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다행이 오늘은 구름이가 깨.. 단상 2016.11.03
먼 치타델레(16.9.30) 몽테뉴는 나갈 수는 있으나 그 누구도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는 자기만의 요새 치타델레를 가지고 있었다. 중세의 그 캄캄하고 험난한 시대를 파도 타듯 요행 넘겨가며 가장으로서 신하로서 관리로서의 자신의 도리를 마치고, 마침내 치타델레에 들어앉아 원없이 그토록 소원하던 독서.. 단상 2016.09.30
신파 연애글 뿐이라고(16.9.30) 노상 신파 연애글이나 읊어댄다고 비웃지는 말아줘 사실을 말하자면, 내 삶에 연애란 한 줌은 고사하고 내가 보지도 못한 겨자씨만큼도 안될지 몰라 그렇다고 내가 일 삼아 지껄여대는 말들이 거짓 지어낸 글은 아니니 비난은 말고. 어쩌면 연애란 것이 삶 중 사소해서, 그나마 만인에게 .. 단상 2016.09.30
구름이의 한숨(16.9.29) 나의 구름이가 가끔 한숨을 쉰다 내가 내 멋대로 저를 사랑해줄 때다 장난감 같은 제 처지가 한심하다는 건지 저 밖에 집착할 게 없는 내가 한심하다는 건지 그래, 너란 인간 포기하마 맘대로 해보려므나 어느 땐가 본 적이 있는 광경이다 사랑이 빠져나간 텅빈 눈과 안간힘으로 애쓰던, .. 단상 2016.09.29
깔끔한 변심(16.9.28) 나는 너를 생각하지 않는다 네가 없는 삶이 되었는데도 이제 충분히 분주하고 마음 먼 너쯤, 바라 맥 놓을 짬이 없다 마음에 티눈과 같아 도려낼 수는 없지만 그래서 끝끝내 너를 품고 가기는 해야할 터이지만 더 이상 너는 내 마음에 고운 실뿌리를 내릴 수 없고 내 마음으로부터 근근한 .. 단상 2016.09.28
이른 기상(16.9.28) 사흘 밤을 집을 떠나 보내게 되었고 첫날 밤을 보냈다. 일상에서 벗어난 업무에 녹초가 되어 일찍 잠들었다가 너무 일찍 깨어버렸다. 낯선 곳에선 이렇게 새벽, 혼자 깨어 있는 것이 제격이다. 사람의 동네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 새벽이 더욱 고요하다. 창밖에 숲이 있다. 동이 트려면 남.. 단상 2016.09.28
웅얼웅얼......(16.9.22) 나는 무구한 누군가의 삶에 흠집을 내고 다행히 큰 흠집은 아니라 여겨지고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인간의 세상에서 물러나 앉고 싶을 만큼 깊은 상처를 받고 나는 또 어리석은 선택을 해서 불요불급하거나 멋지지 않은 물건을 사고 후회하고 되물리고 버리고 사람을 잘못 선택해.. 단상 201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