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오늘도 뉴스룸 보며 잠들었다가 이렇게 새벽을 좀비처럼 멍하니 깨어있다.
도저히 퇴근 후의 피로감을 이길 수가 없다. 그냥 고꾸라진다.
이럴 수 있는 것은 아마 무너지는 몸을 일으켜 세워가며 내가 보살펴야 할 대상이 없는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다행이 오늘은 구름이가 깨우기 전에 좀 일찍 일어나 우울도가 좀 덜한것 같다.(긴 잠끝의 우울감, 참 싫다)
일어나 예스24에 들어가 예전에 골라놓은 도서목록들에 꼭 사야겠다고 벼르던 Elliot Smith의 음반 두장을 추가해
주문을 한다. 책은 요즘 사는 꼴로는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내년의 시간이 있으니까 믿고 마구 사들인다.
게다가 내년엔 수입이 팍 줄으니 책 사는 일에도 숙고와 망설임이 있을지 모르고.
이 깊은 밤에 Elliot Smith의 노래를 듣는다.
크게 틀어도 무방한 환경이라 정신도 깨울 겸 음량을 키워 듣는데 달콤하고 우울해서 죽을 것 같다. 그 목소리라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어서 눈 크게 뜨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지켜봐야 하는데 적들도 이밤에는 잠을 자겠거니하며
(쥐새끼처럼 깨어 있으려나? ) 이틈에 나도 한껏 감상에 젖어보는 것이다.
TV에서는 '정읍사'와 '공무도하가'가 소개되고 있다. 시간은 다른 모든 것을 표백하고 소거하려 들지만
사람들은 제 그리움과 슬픔을 옛노래에 입히고 투사하여 노래는 끝도 없이 재생산된다. 아름다운 유산의 힘이 이런 것이지 싶다.
구름이가 일어났다.
이제 꾹꾹이 안마 받아야겠다. 급즐거워진다.
너무도 열심히 진지하게 꾹꾹이에 임하는 구름이한테 미안했었는데,생각해보니 구름이에게도 그 일이 기쁜 일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저께 소파에 누워자는 나를 부득부득 깨워서 방에 들여보내더니 따라 들어와 가르릉거리며 꾹꾹이를 미친듯 하였던 것이다. ^^ 어쩌면 저도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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