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시간 많아요(16.11.9)

heath1202 2016. 11. 9. 02:21

내가 생각대로 퇴직을 하게 된다면 나에게는 대략 40퍼센트 정도의 수입이 줄게 된다.

퇴직을 지원하는 순간까지 나는 나의 퇴직금과 연금을 따져보지 않았고 그후에 대강의 액수를 알게 되었다.

그만큼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참으로 나이브하고 안이한 사람인데 얼마전 부터 출근길에 곰곰 그런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생각은 단 한가지 어떻게 생활비를 줄여나갈 것인가이다.

딱히 구체적으로 줄여할 할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를 테면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대신 여행이나 다른 볼일을 만들(어야 할) 테니 자동차 연료비는 별로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식비는 가끔 거창하게 먹긴 해도(의미있게 모처럼 아이들과) 평소에는 아주 소소하게 먹고 사니 크게 줄일 것이 없으며,

조금 거침없이 지출하는 문화비와 한달 십오만원 이상으로 못밖아 놓은 기부금도 절대 줄일 수 없다

(문화비와 기부금을 줄일 것을 고민해야 한다면 함께 왜 사느냐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줄일 것은 단 하나 좀 싸긴 하지만 충동적으로 빈번하게 질러버리는 옷가지들, 추가될 것은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꼭 하고 싶은

드로잉 공부와 시간 되면 악기 하나 배우기.

고맙게도 아이들에게 드는 돈은 학자금 대출 상환 밖에 없으니 퇴직금 받아 다 상환하고 애들 일엔 손 털 생각이다(가 희망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이제 근무할 기간은 석달도 안된다.

삼십년 가까운 세월을 바쳤으니 조금 쉬고도 싶고, 다른 방식의 삶도 이제서 기웃거려 보고 싶다.

어떤 이들은 자기일처럼 한 걱정이다. 실상 걱정이 별로 없는 나는 그게 조금 고맙고 웃기다.

온 생을 한 가지 일 밖에 모르고 한우물 팠다고 긍지 아닌 긍지로 삼아가며 그렇게 살고 죽으란 말인가.

물론 현실에 자족하니 그런 말도 하는 거겠거니 고마운 일이구나 하지만 또한 그러면서 삶에서 놓친 것은 또 무엇이었을까 혹은 얼마나 많았을까

아쉬움조차 갖지 못한다는 것이 좀 가여운 삶이란 생각도 아니들 수가 없다. 

내가 너무 나이브한 것인가, 아님 몽상가인가.


마냥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지만 머잖아 주어질 시간들을 가지고 이러저러한 궁리를 하는 것이 벌써 설레고 재미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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