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생각(16.5.11) 삶에 알리바이가 없다 교활하고 치밀하게, 정교한 모자이크처럼 아귀 맞는 삶을 도모한 적이 없으므로. 누군가는 필연이라 할 것이고 일면 그 말은 맞는 말이다. 다만 나의 의도와 극적으로 어긋날 뿐. 내게 의도란 게 있었다면 말이다 소중한 것들, 대개는 떠나보내어 비로소 소중해진 .. 단상 2016.05.11
사랑이 참......(16.4.27) 하면 좋을 것을 잘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해야 좋을 일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았더라면 좋았을 일을 하고야 마는 게 사람이다. 특히나 사랑에 있어서라면 단연코. 어쩌면 단순할수록 미덕일 사랑을 가장 복잡하고 난해한 학습과제로 만들어 가며 사랑으로 가장 아픈 짐승이 되.. 단상 2016.04.27
일용할 양식(16.4.21) 나는 오늘 울었다 두어 스푼 쯤의 눈물 하루 분량의 든든한 끼니 하루 잘 살았다 내 삶에 어쩌다가 누굴 위해 흘리는 눈물 결국 참 값싼 포만 내 마음의 위무 응답 없는 기도는 길고 지루하고 처량하고 애닲음 없는 내 싱거운 눈물은 작은 꽃잎 한낱 만큼도 빛나지 않는다. 단상 2016.04.21
할 일이 많은데 사변만...(16.4.20) 잘 산다. 사교적이고 유쾌하며 제법 솔직하고 제법 솔선하며 또한 제법 너그럽기까지 하게 아주 잘 산다. 내 자신이 놀랄 만큼 잘 산다. 타인에게는 일말의 부담도 없는 편하고 가벼운 사람이 되고자 하며 그런 중에 누군가 원한다면 속 깊은 말동무가 되려는 노력도 하고자 한다. 그래서 .. 단상 2016.04.20
아무일 없는 날에(16.4.11) 그리움에 답신 한 줄 없어 서러운데 마음 기댈 것 하나 없는 날이 허다하다 그만 일에 방책 하나 궁구해 두지 못하고 참 못나게도 살았다 희롱하기 즐겁던 명랑한 육신도 시들고 가문 날처럼 말라가는 살갗보다 더 쓰라린 건 아무런 기척 없는 적막한 마음이다 단상 2016.04.11
내가 운정이처럼 산다(16.4.8) 나의 개 운정이는 지름 4미터의 원 안에서 산다. 아무리 용을 써도 그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설 수 없다. 종일 좌로 돌고 우로 돌아가며 서성이는 게 일이다. 길고양이도 좀체 들르지 않으니 겅중거중 뛰어오를 일도 없다. 다리도 길고 어깨에 근육도 야무지고 단단한데 그간 삼년의 삶이 .. 단상 2016.04.08
봄날 아침에(16.3.24) 기쁘고 설운 봄이 오는 줄도 가는 줄도 모르고 사는 때가 있다. 그런 삶이라니....... 봄이 오는 사태만큼 사실 큰 사건은 없다 지금은 쓸쓸한 춘궁, 그래도 봄날은 올 것이며 씹어 먹어도 먹어도 굽은 등 떠밀며 또 봄날은 갈 것이다 -문인수, ‘동백 씹는 남자’ 중 단상 2016.03.24
또 통속적으로 (16.3.23) 떠나가는 등을 내가 봐야한다고 억울해해서는 안될 일이겠지 기꺼이 나는 그럴 용의가 있어 나는 버려지는 일보다는 버리는 일이 더욱 괴로운 사람이므로 내가 널 버리느니 마음 붙이지 못하는 널 등 떠밀어 보내고 오래도록 빈 길 끝에 서 있으리. 단상 2016.03.23
그로기 삼월(16.3.10) 요즘은 내가 내가 아닌 듯 산다. 그리 바쁘다. 그래서 삶의 주체성을 당분간 포기하기로 한다. 삼월이고 삼월을 맞기 전에 마음의 심호흡을 무수히 하며 대비했으나 막상 삼월을 맞고 나니 내 의식이나 계획을 가뿐이 넘으며 일들이 나를 끌고 간다. 저녁이면 다시 못깨어날 듯 고꾸라지.. 단상 2016.03.09
눈 온 아침(16.2.16) 밤새 잠꼬대까지 하며 늘어지게 자던 내 고양이 구름이가 창턱에 올라 앉아 푸른 새벽을 지키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엄숙한 짐승이 되었습니다 눈이 내렸습니다. 아침이 다른 세상처럼 조용합니다. 눈 때문이지요 눈은 수선없이 세상의 모든 소란을 싸안았습니다 생색없는 일이 세.. 단상 201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