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할 일이 많은데 사변만...(16.4.20)

heath1202 2016. 4. 20. 03:35

잘 산다.

사교적이고 유쾌하며 제법 솔직하고 제법 솔선하며 또한 제법 너그럽기까지 하 아주 잘 산다.

내 자신이 놀랄 만큼 잘 산다.

타인에게는 일말의 부담도 없는 편하고 가벼운 사람이 되고자 하며

그런 중에 누군가 원한다면 속 깊은 말동무가 되려는 노력도 하고자 한다.

그래서 가끔씩 정적이 좀 묵직하다 싶으면 수면의 봄바람처럼 살짝 파문을 일으키는 장난도 치고

감정이 오래 묵어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지는 이에게는 오랜 만에 터진 말문을 감히 막지 못하고 한참을 들어준다. 

사람의 눈을 마주하는 일이 의외로 즐겁다.

진작에 이런 맘으로 살았더라면.

.

.

.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수맥이 얕은 나의 감정이 말라가고 있다.

샘은 적당히 길어내어 주어야 물이 맑고 마르지 않는 법인데

내가 크게 오산을 한 듯 하다.

오래 입을 다물고 있으면 가슴 깊이 아름다운 말이 출렁이게 될 기대했었는데,

아니다, 틀렸다.

한참을 사용하지 않은 나의 언어가 이제 아득하고 낯설다.

내 무슨 언어를 지껄였었던가.

말을 잃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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