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견뎌낼 수 있을 만큼만, 사치스럽게(16.2.3) 가끔 사는 것이 사무치는 날이 있다. 어느 날은 그럴 만해서 또 어느 날은 근원도 종잡을 수 없이. 어제, 오늘, 그리고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얼마간의 시간들이 내게 그럴 것 같다. 어쩔 것인가. 게으른 농부 밭고랑 세듯, 잘 나가지 않는 페이지 헤아려가며 굳이 숙제하듯 읽던 <<만.. 단상 2016.02.02
말문을 연다(15.1.29) 말을 뱉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우격다짐으로 억장을 쾅쾅 두드려 보기로 했다 너를 놓은 후 말문을 닫은지 꽤 많은 날 눈도 캄캄하고 귀도 막막해졌지만 가장 아득한 것은 말과 함께 사방 길을 닫아걸은 내 마음이었던가 보다 마냥 저 가여운 줄 밖에 알지 못하고 시덥잖게도 제 시름.. 단상 2016.01.29
이런저련 일상의 ...(16.1.21) 어제는 『역사저널 그날』 "안중근 의사 편"을 보고 꺽꺽 울었다. 이 정권은 10억엔에 민족의 자존심과 얼을 팔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 맺힌 평생의 꿈을 무질러버렸다. 아베는 기고만장하고 오만방자한 망언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이 정권은 일언반구 들은 시늉도 하지 못한다. 나 같은 .. 단상 2016.01.21
통쾌하고 강력한 한방, "내부자들:디 오리지널"과 조금 먼 "레버넌트"(16.1.18) 1.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자" 집에 돌아오는 길이 전도연이 생각날 만큼 멀고 멀어 지쳐 나자빠질 줄 알았는데 너무 힘이 들었던 탓인지 집에 오니 없던 에너지가 불끈불끈 솟으며 날아갈 듯 마음이 가볍더라. 하여 다음날 발딱 일어나 공주에 가서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 단상 2016.01.18
독서가 주는 위안(15.12.28) 나는 결코 내 자신의 집은 짓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풍요로운 정신들의 아름다운 처마 밑에 들어 아늑함을 느낄수는 있다. 그 또한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격려를 받아도 나 자신의 근본적 나약함을 극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굳건한 정신들에 비틀거리는 내 존재를 .. 단상 2015.12.28
가끔 하늘을 보자는(15.12.27) 아주 드물게 아침 일터로 나서는 시간이 기쁨으로 막 웃게 되는 때가 있다. 외적 자극없이 순수하게 내 안에서 웃을 근거를 자가발전하며 행복해하는 일이 참으로 드물고 나의 노동이 심하게는 '먹이활동'이라는 비참한 개념으로까지 전락하여 지나치게 육중하게 느껴지는 삶의 무게를 .. 단상 2015.12.27
크리스마스 이브 인사(15.12.24) 2015년이 일주일 남짓 남았습니다. 이상하게도 올해는 유난하게 마음이 형언할 수 없게 복잡합니다. 아직도 삶의 지침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조바심에다 나이가 한 살 더 보태지는 것이 한 수 거드나 봅니다. 나이 들어 한살의 의미는 젊은 날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니까요. 허망했다는 둥 .. 단상 2015.12.24
나를 슬프게 하는 목숨들(15.12.16) 오늘 아침 출근길에 까망이가 대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어젯 저녁에 모임이 있어 귀가가 늦은 탓에 늦게 밥을 챙겨주었는데, 누렁이가 다 먹어치웠던 모양이다.(까망이는 이른 저녁에 온다) 밤새 배를 곯았는지, 그리도 경계심 많은 녀석이 바로 내 발치에서 애처롭게 나를 올려다보며 .. 단상 2015.12.16
니체에 기댄 이런저런 생각(15.12.14) 어떻게 하면 좀 더 삶에 투신해 살 수 있을 것인가 늘 생각한다. 온전히 내 무게를 실어서 말이다 이런 걸 보면 삶에의 과한 경건성과 엄숙주의를 경계하면서도 실상 나는 삶에 너무 경건하고 무거운 엄숙주의자인 모양이다. 내 자신의 삶에 대한 나의 신랄함이나 때로는 조롱, 냉소까지 .. 단상 2015.12.14
쉬어가도 좋은 나이(15.12.14) “인생은 다만 걸어가는 그림자일 뿐. 제시간이 오면 무대 위에서 활개치며 안달하나, 얼마 안 가 영영 잊혀져 버리는 가련한 배우. 백치들이 지껄이는 무의미한 광란의 이야기” 얼마 전에 본 영화 "맥베스"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다. 한 때는 매료되어 샅샅이 밑줄 그으며 읽었던 희곡인.. 단상 201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