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시를 읽으며(16.9.21) 강신주의 "김수영을 위하여"를 읽었는데, 아무리 자신이 김수영을 사랑한들 작가의 감정이 과하게 개입되는 것 같아 좀 불편해. (물론 배울 것도 많았지만) 지나치게 단정적이고 과장스럽고 감정과잉이고 관념적이고 현학적이야. 동어반복에 중언부언까지. 절반 쯤으로 똑 줄였다면 한결.. 단상 2016.09.21
내 구름이에게 기대는(16.9.21) 혹시 내가 목숨을 시험하고 싶을 때 내게 기댄 한마리 고양이 때문에 목숨을 부지하기로 한다면 당신들은 헛웃음을 웃을텐가 당신들에게는 한낱일 뿐인 고양이 한 마리에 내가 삶을 건다면 또한 한마리 고양이만도 못한 것이 당신들이었다면 내 고양이 구름이는 마음이 뒤숭숭한 내가 .. 단상 2016.09.21
내 아는 여자들의 웃음(16.7.23) 깔깔깔 그녀들은 사소한 일에도 깔,깔,깔 웃었다 나는 생애 최초로 정말 깔깔깔한 웃음을 보았다 깔깔깔이 아니고는 도저히 달리는 바꿔 쓸 수 없는 웃음소리 책에서 본 한글 활자, 깔이 허공에서 유쾌하게 깔깔거렸다 깔,깔,깔,깔,깔....... 단상 2016.07.23
내가 아는 여인(16.7.21) 내 자기연민이 가관이다 싶은 때 나는 비장의 무기로 한 여인을 떠올린다 내가 아는 여인 하나는 아마도 지금 야근 중 지금 시각은 아홉 시 반이다 그녀는 이쁜 스물넷에 남자에게 버려졌고 남자는 아이를 하나 남겨두고 갔다 사춘기가 더딘 그 아이를 보면 사람들은 쯧쯔 혀를 차서 그녀.. 단상 2016.07.21
내가 나를 보듬는 때(16.7.19) 누구나 깨어있는 시간은 내 마음도 괜히 어수선하니 마음을 잡지 못하다가 꼭 이 시간 쯤, 눈이 뻑뻑하니 흐려지는 이 시간 쯤 마음이 마구 애틋해진다 어느 날은 뜻하지 않게 무시무시한 고야의 그림을 보게 되는 때도 있고 흐린 눈으로 요즘 부쩍 익숙해진 돋보기를 걸치고 몇 페이지 .. 단상 2016.07.19
나이도 젊은 이의 삶에 대한 통찰력에(16.7.14) 그의 말이 참 간결해서 좋았습니다 삶을 아는 데에는 나이가 큰 문제인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경험이 가르치는 것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나만 해도 이제껏의 과오로 비롯한 아픔들을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할 용의는 없으니까요 사실 그가 조로한 것도 심하게 조숙한 것도 아닙니다 .. 단상 2016.07.14
기분좋은 상상(16.7.13) 당신이 슬퍼지는 날에 당신이 미워지기도 하는 날에 나는 숲으로 가요 당신은 모르는 곳에 나는 숲을 하나 숨겨 두었지요 햇살이 눈부신 날에는 햇살보다 더욱 빛나고 바람이 살랑거리는 날에는 보란 듯이 바람보다 더 발랄한 꿈처럼 이쁜 작은 자작나무 숲이예요 하얀 자작나무 숲에 오.. 단상 2016.07.13
잠을 안 자서 그런지도(16.7.12) 그냥 허물어져 버려요 털썩 내던진 내 때묻은 에코백처럼 나도 에코하고 거리가 멀게 그렇게 풀썩 주저앉아 버려요 그럴 때 어지럽게 생각해요 내가 얼마나 이렇게 살아질지 또는 얼마나 이렇게 살아야 할지 내 삶에는 비계가 없어요 몸도 정신도 상한 순두부처럼 속수무책으로 흘러내.. 단상 2016.07.12
잠깐 이런저런 턱 없는 생각(16.6.21) 세계의 무종교자는 2010년 기준으로 16퍼센트가 남짓이라고 한다. 그동안 그 비율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해도 적어도 예닐곱 명이 무리지어 있으면 그 중 한 명 뺀 대여섯명은 종교를 믿고 있다는 얘기다. 그 대여섯이 나 하나를 에워싸고 있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러면.. 단상 2016.06.21
단호하게 세워야 할(16.5.27) 안락의 기준은 단호해야 한다 정신에 있어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백색 조드 속에 웅크린 늑대처럼 춥고 두렵고 외롭기도 해야 할 것이다 고단하다고 몸과 마음 아무데나 아무에게나 털썩 의탁하지도 말일이다 설령 그리된다손 치더라도 내 손으로 꾸리지 못하고 쉽게 포기한 삶이 쓰리.. 단상 201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