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나 자야겠다며(17.1.21) 나는 찰나 섬광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어 끄적여 보려다 곧 귀찮아져 그만둔다 놀아주지 않는 내 주위를 알씬대다 나의 고양이는 다시 눕고 나의 게으른 머리는 아무런 생각 없고 싶다고 한다 별 볼일 없는 머리지마는 이것이 사보타지를 하거나 스트라이크를 벌이는 날에는 나.. 단상 2017.01.21
발굴(17.1.13) 옷장 정리를 하다가 옷장 한 구석 오래된 옷가지 밑에서 얇은 공책 두 권을 발견했다. 아는 누구에게도 글을 보여주지 못하니 먹을 것 여기저기 숨겨놓고 찾지 못하는 짐승처럼 나도 깊숙히 공책을 숨기고는 까맣게 잊고 말았던 것이다. 십여 년 전의 공책이다. 한 권은 사진처럼 연도가 .. 단상 2017.01.13
(타인의) '고통'과 관련한 생각(16.12.23.) 한참을 책을 읽기가 어려웠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일 것이고, 무엇보다도 체력이 받쳐주질 못했다. 하루일을 마치면 시체처럼 쓰러졌다. 깊은 밤, 좀비처럼 서성이던 시간이 그리웠다. 가으내 미술사만 몇 권 읽었다. 미술에 대한 관심도 관심이지만, 그보다는 언제든지 끊어 읽을 .. 단상 2016.12.23
돌고래 피터의 자살(16.12.8) 피터는 죽었다 돌고래 피터는 자살을 했다 사랑하는 마가릿과 헤어져 플로리다 더럽고 비좁은 수족관에 갇히자 목숨을 끝내기로 결심을 했다 긴 숨을 한 번 쉰 후에 수족관 바닥으로 내려가 다시는 물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죽음을 생각한다 인간이 필멸이라는 것을 알면서 나는 더 .. 단상 2016.12.08
최성규 기사에 분개해서(16.12.1) (최성규, 윤복희 기사 보고) 욕먹을 지 알지만 나는 기독교'도'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별로 좋아하지 않은 기독교'도'들 중 꽤 많은 기독교'도'들을 극히 혐오한다. (종교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리고 종교가 없었더라도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았으리라 믿지만 종교의 .. 단상 2016.12.01
진지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16.11.30) 가을이 다 가버렸다. 이제 11월의 마지막 날이고 심정으로도 달력으로도 가을은 끝이다. 아름다운 가을 함양상림도 가보지 못했고, 만만히 여겨져 벼르던 선운산 도솔암도 끝내 오르지 못했다. 오늘은 송년 음악회 삼아 가리라 했던 12월3일에 있을 첼로 연주회 표를 취소했다. 오늘까지 .. 단상 2016.11.30
춘망사(春望詞) - 설도(薛濤) 춘망사(春望詞) - 설도(薛濤). 당나라 시인 花開不同賞 (화개불동상) : 꽃 피어도 함께 즐길 이 없고 花落不同悲 (화락불동비) : 꽃 져도 함께 슬퍼할 이 없네 欲問想思處 (욕문상사처) : 묻노니 그대는 어디에 계신고 花開花落時 (화개화락시) : 때 맞추어 꽃들만 피고 지네 攬草結同心 (람초.. 단상 2016.11.29
도작문화, 도장문화(16.11.22) 웃픈 이야기 하나 해볼까 한다. 지난 주 목포가던 중에 있었던 일. 일행이 운전 중에 뭐라 궁시렁 궁시렁. 들어보니 "도장문화"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아무려면 아무리 도장이 유명해도(그것도 이해 안가지만) 도장이 한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라는 건 심히 이상하다고 어쩌구 저쩌구... 단상 2016.11.23
워커 고친 날(16.11.16) 밑축이 닳아 굽이 허옇게 다 드러난 줄도 몰랐다. 이런 채로 지난 주말 서울에서 만 오천보나 걸었다. 큰일날 뻔했다. 조금만 더 신었더라면 영영 복구 못할 뻔 했다. 왼쪽은 이미 굽을 어지간히 잠식해 붙여놓은 밑창이 평평하지 않고 살짝 굽었다. 늘 신는 신도 아닌데 이 신발은 삼년 째 .. 단상 2016.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