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는 죽었다
돌고래 피터는 자살을 했다
사랑하는 마가릿과 헤어져 플로리다
더럽고 비좁은 수족관에 갇히자
목숨을 끝내기로 결심을 했다
긴 숨을 한 번 쉰 후에
수족관 바닥으로 내려가
다시는 물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죽음을 생각한다
인간이 필멸이라는 것을 알면서
나는 더 이른 필멸로 혹시라도 한갖져질 명분이 없다
역설적으로
명분이 없다는 것이 명분이 될수도 있을까
억지임을 안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내 삶을 사랑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목숨을 버리기에는 내 마음에 걸린 사랑이 너무 많다
삶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엄마
나 밖에는 누구에게도 꾹꾹이를 하지 않는 구름이
그래서 나 없으면 쓸쓸할 구름이
내가 없으면 이 겨울 언 음식쓰레기를 뒤질 까망이
몇 년을 돌보고 있는 제 식구 발자국 소리도 분간 못하고
겁에 질려 자지러지는 바보 운정이 그 모자란 맑은 목숨
그리고 못나고도 눈물겹도록 장하게 사는 많은 목숨들, 삶들
결국 내 삶의 의지와 희망을 북돋는 것이
어쩌면 나 자신의 욕망 뿐이 아닌 것을 보면
내 삶이 조금 깊어가는 느낌도 든다.
누군가를 위해 사는 일이 귀하기도 하지만
또한 누군가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면
그 또한 참으로 아름답고 찬란한 목숨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그럴 일이 없는 것이 우리의 안도다
<피터와 여성 연구원 마가릿>
* 나에게 돌고래는 신비로운 동물이다. 나는 해양포유류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중 돌고래가 대표적이다.
돌고래가 자살을 한다는 것에 언젠가 엉엉 통곡한 적이 있다.
예전에 타이지 마을의 돌고래 학살에서 나왔었나 어디서 나왔었나, 암튼 새끼를 잃은 돌고래의 자살로 추정되는 장면을 보고서 였다.
혹자는 돌고래의 자살을 과도한 의인화로 여길 지 모르지만 이것은 명백한 과학적인 사실이다.
나는 죽음을 인지 한다는 것, 절망을 한다는 것, 그리고 제 목숨을 포기하는 그 막막한 심정을 내게 이입했었나 보다.
얼마 전 더 깊을 수 없는 깊은 밤에, JTBC에서 방송하는 BBC에서 제작한 다큐멘타리를 보았다.(Girl Who Talked to Dolphins)
1960년대에 나사에서 고등 외계 생명체와의 소통에 관심을 갖고 돌고래를 이용해 실험을 했다.
그 대상이 된 돌고래 한마리가 피터인데 늘 마가릿이라는 여성 연구자가 피터와 함께 생활을 하며 말을 가르쳤다.
피터는 그 마가릿을 이성처럼 사랑을 했다.
여차여차 실험은 무위로 끝나고 용도를 다한 피터는 열악한 환경의 다른 수족관으로 보내어졌고 두 주후 피터는 자살을 했다.
나는 또 깊은 밤 혼자 꺽꺽 울었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인의) '고통'과 관련한 생각(16.12.23.) (0) | 2016.12.23 |
---|---|
'애도'에 대한 말 한마디(16.12.14) (0) | 2016.12.14 |
최성규 기사에 분개해서(16.12.1) (0) | 2016.12.01 |
진지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16.11.30) (0) | 2016.11.30 |
춘망사(春望詞) - 설도(薛濤) (0) | 2016.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