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이야기 하나 해볼까 한다.
지난 주 목포가던 중에 있었던 일.
일행이 운전 중에 뭐라 궁시렁 궁시렁.
들어보니 "도장문화"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아무려면 아무리 도장이 유명해도(그것도 이해 안가지만)
도장이 한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라는 건
심히 이상하다고 어쩌구 저쩌구. 네비에서 들었다며. 나는 목포가는 중이라 목포 얘긴 줄 알고 말도 아닌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김제를 지나는데 네비가 하는 말이 "도장문화의 발상지" 뭐 그 비슷한 멘트를 한다.
운전자의 궁금증이 다시 도졌다. 도장이라, 도장...쌀과 관계있는 얘긴거 같긴 한데.
그랬다. 김제잖아. 김제 벽골제.
稻作文化, 도작문화였던 것이다. 그런데 도장문화로 듣다니!
잠깐 해프닝일 수도 있는 일이 웃을 수 만은 없는 것은 며칠 전에 읽은 글 때문이다.
나는 시사인 꼭지 중에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챙겨읽는 편이다.
정권에 대한 장정일 투의 날카로운 독설과 거침없는 비판이 좋고 아울러 그의 방대한 독서세계를 엿보며
나도 간접적으로나마 얻는 상식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된 책은 <<이카로스의 감옥>>(문영심 지음, 도서출판 말 펴냄)이었다.
이석기 전의원과 통진당 당원들의 유죄판결의 유일한 증거가 된 녹취록에 대한 내용이 기가 막혔다.
도장문화는 조금 무지했던 소치로 이해하고 웃으면 그만이지만 사람을 0.75 감옥에 처넣은 오녹취는 어쩔 것인가.
국정원 프락치에 의해 작성된 녹취록은 이석기와 통진당에는 보여지지 않은 채 언론에 흘려졌고 그들은 내란음모죄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그런데 그 유일한 증거물이라는 녹취록은 검찰에 의해 450곳이 악의적으로 오녹취 되어있다고 한다.
이를 테면
선전수행->성전수행,
전면전은 안된다-> 전면전이야 전면전,
통일적인 대응->폭력적인 대응
시 단위에 있어도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실탄이 있어도 연락할 수 없는 상황
중앙 당직이 다 없는 거예요->중앙 지휘부가 다 없는 거예요
이런 식이다.
책에 수록된 이석기 의원의 강연에서는 '이석기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이어지는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통진당이 보수 세력의 종북 공세를 지혜롭게 차단하는 방법과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방안을 화제로 꺼냈다.
두 가지 현안에서 그가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대외적 선전활동이었지 무력이나 내란이 아니었다.
이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어느 분반 토론에서 실없이 나온 총을 거론하며 이렇게 말햇다. "총? 총 가지고 다니지 마십시오.
핵폭탄보다도 중요한 게 사상의 무기입니다."'라고 했다한다.
이석기 전 의원은 9년형을 선고받고 만 3년째 0.75평 독방에서 복역 중이며,
장정일은 "이석기가 나온 자리에 누가 있어야 하는지는 우주가 안다"고 글을 맺는다.
참으로 기막힌 세상이다.
우리는 여전히 많이 몽매하고 미신에 휘둘리며 노예의 포기와 순종의 자세로 산다.
중요한 것은 이석기를 지지하고 지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다.
설령 이석기를 물정 모르는 몽상가 쯤으로 여긴다 해도 정의를 저버린 것은 그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우리는 눈감고 귀막은 청맹과니로 불의를 묵인하고 동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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