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내 구름이에게 기대는(16.9.21)

heath1202 2016. 9. 21. 00:16

혹시 내가 목숨을 시험하고 싶을 때

내게 기댄 한마리 고양이 때문에

목숨을 부지하기로 한다면

당신들은 헛웃음을 웃을텐가

당신들에게는 한낱일 뿐인

고양이 한 마리에 내가 삶을 건다면

또한 한마리 고양이만도 못한 것이 당신들이었다면


내 고양이 구름이는

마음이 뒤숭숭한 내가 불안한지

끝없이 나를 비비고 타넘고

옆구리를 파고들며

제 냉정한 종족이 할 수 있는

가장 후한 사랑을 펼치는 중이다

어쩌면 어느 땐가 내 망막에 마지막으로

맺혔다가 스러질 것이 너일런지 몰라

엄마엄마 울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

죽음이나 우울을 희롱할 때 나는 생각한다

내 삶의 마지막 따뜻한 목숨이

너처럼 아름다운 짐승이어서 서운치 않겠다고

참 고마운 일이라고도 나는 생각한다

아무래도 혼자 목숨을 대면하는 일은

남보기 퍽이나 가련한 모양새일 것이다

고양이 한 마리 쯤 곁에 쪼그려

참 애잔한 정경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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