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무종교자는 2010년 기준으로 16퍼센트가 남짓이라고 한다.
그동안 그 비율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해도 적어도 예닐곱 명이 무리지어 있으면
그 중 한 명 뺀 대여섯명은 종교를 믿고 있다는 얘기다. 그 대여섯이 나 하나를 에워싸고 있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러면 갑자기 좀 무서워진다.
세계에서 가장 비종교적인 지역의 하나로 분류되는 대한민국(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무종교자다.
그럼에도 내눈에는 온통 종교인들이다)에 태어났기에 망정이지
어쩌면 교인들 틈에서 이단아가 되어 있다거나,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가며 죽은 듯 살 뻔했다.
종교처럼 든든한 의지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고집스레 외로 보는 이 심사는 무엇일까.
기질 탓일까, 내 삶을 더 바랄 바 없이 흡족하게 받아들이는 탓일까.
종교가 나쁠 리야 물론 없다.
아무렴, 열명이면 여덟 명 이상이 믿는 종교를 감히 내가 어찌 부정할 수 있으랴.
다만, 절대적으로 순종하고 들어가야 하는 종교의 속성이 내게는 생리적으로 거북하고
또한 죽이든 밥이든 내 삶, 갈때까지 가보자는 내 삶의 자세가 공조하여 종교는 아직 나에게는 불요불급이다.
아직은 존재의 고독과 슬픔을 유희로 여길 만큼 정신적으로 힘이 있고,
종교가 있든 없든 내 삶의 규범은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며,
무엇보다도 내게 주어진 숙명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몫, 누구에게 의탁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어느 때인가 무지하게 외롭고 무력한 순간이 올 텐데, 그 때도 나는 여전히 지금처럼 고집스러울까.
모르겠다. 다 늙은 다음에야 아무려면 어떤가.
다만 마음이 아주 단순하고 유연하며 욕망에 담담하게 삶의 마지막을 기다릴 수 있다면 좋겠다.
늙어 그악스러운 것처럼 징그럽고 추한 일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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