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날의 망상 ㅋ(15.12.9) 누가 내 몸에서 사뿐히 숨만 거둬내어 주었으면 좋겠다 죽은 나는 가슴에 손을 모두고 배시시 웃고 있고 내 사는 동안 흉내도 내보지 못한 아주 정숙하고 고운 모습을 하고 화사하고 화목한 방에서 뷰잉에 들면 나를 사랑한 사람도 나를 미워한 사람도 하나 같이 잘가란 꽃 한송이 내 가.. 단상 2015.12.09
가장 부조리한(15.12.9) 아침에 잠깐 스무 쪽 남짓 아주 짧은,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연극"을 읽었다. 부조리극이다. 발단 전개 절정...따위, 기승전결 따위 아무 상관없는 그저 단속적으로 툭툭 대사가 뱉어지는. 이야기는 이리 되어도 저리 되어도 관계없는, 그 소통 불가, 고독한 현대적 삶의 부조리함만 이해.. 단상 2015.12.09
오늘의 반성(15.12.8) 이 겨울이 싫어 나는 구름의 남쪽을 가고야 말리라고 (윈난성이 찬란한 태양의 나라도 아니건만) 오로지 이름이 좋아 늘 윈난성을 생각한다 춥다고,그립다고 갈 곳이 있는 나는 생에 대해 더 이상 칭얼대지 말자 외로운 것 한가지 말고는 더는 아무런 바람이 없다는 나는 조금 외롭다는, .. 단상 2015.12.08
내 어머니의 공덕쌓기(15.12.7) 내 어머니는 불교신자이시다. 초파일에나 절에 다니던 양반인데, 혼자 되신 후로 더욱 독실해지셨다. 그래봐야 절에는 한달에 한두 번 다니시는 정도지만 일상이 많이 달라지셨다. 불교방송도 자주 보시고 독서라고는 해본적이 없는 양반이 글씨 큰 불경을 앞에 놓고 해독하느라 끙끙대.. 단상 2015.12.07
atheist(무신앙자)의 어느 날(15.12.7) 어제 문득 건너다 본 큰 길 건너 교회당 칠층에 있는 내 눈 앞에 닦아선 주 예수를 믿으라 겁박하듯 어마어마한 고딕볼드체 주일인데 나는 영화관 창밖으로 교회당을 구경하네 내 삶에 알파도 모르는데 경이로워라 저곳엔 오메가까지 다 있는 모양이네 나 아닌 이들은 지난 한 주의 삶의 .. 단상 2015.12.07
휴일의 되는대로 잡소리(15.12.05) 휴일이지만 일찌감치 일어나니 아침 시간이 길다. 새벽부터 세탁기를 돌리고 책을 몇 페이지 읽고 텔레비전을 보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구름이 사진 찍어주고 빨래가 다 되었다기에 10cm(아, 천재들)의 서정이 뚝뚝 듣는 노래들로 집안을 가득 채워놓고 빨래를 너는데 창밖을 보니 언덕.. 단상 2015.12.05
죽음이 있던 아침(15.12.1) 오늘 아침 꼬맹이가 죽었다. 아니, 죽어 있었다. 늦은 여름부터 죽음을 향해 가는 걸음이 보였었다. 그 전에 기르던 동물들보다 유난히 죽음의 길이 길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아침에 녀석의 시신을 거두면서도 안타까움보다는 잘갔다는 생각만 들었다. 십오년을 넘게 살았으니 꽤 고령.. 단상 2015.12.01
이성적이라는 기분좋은 덤터기(15.11.30) 동료가 삶은 밤 한줌을 가져와 먹으라 한다. 나는 수고에 비해 입에 들어가는 것 없어서 안 먹겠다고 한다. 동료가 말하길, "저렇게 이성적이어야 하는데, 나는......." ㅎㅎ, 이런게 이성인가? 수고하는 동료들은 밤 서너톨이라도 입으로 들어가는데, 나는 한톨도 삼키고 있지 못하고 있는 .. 단상 2015.11.30
숲을 걷다(15.11.27) 울타리 너머로 묵묵히 숲을 내려다 보았다. 추위에 떨다가 따뜻한 차 한잔을 들고 창밖을 내다 보니 숲이 있었다. 보고 있노라니 어디선가 사람들이 하나둘 짧은 점심시간, 숲에 들어 잠시 숨을 돌리는 것이었다. 가장 추웠던 날, 손이 곱게 추운 날에 따뜻한 커피잔을 손안에 꼭 감싸쥐고.. 단상 201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