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죽음이 있던 아침(15.12.1)

heath1202 2015. 12. 1. 15:53

오늘 아침 꼬맹이가 죽었다. 아니, 죽어 있었다. 늦은 여름부터 죽음을 향해 가는 걸음이 보였었다.

그 전에 기르던 동물들보다 유난히 죽음의 길이 길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아침에 녀석의 시신을 거두면서도

안타까움보다는 잘갔다는 생각만 들었다.

십오년을 넘게 살았으니 꽤 고령인데다가 올여름 호되게 창상으로 시달렸었다.

무슨 이유로 생긴 것인지는 모르지만 상처가 생기더니 끝도 없이 하얗게 구더기가 슬어 두 주 넘게 퇴근하고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녀석의 상처를 헤집어 꿈틀대는 구더기를 잡아내는 일이었다. 아무리 소독약을 들이부어도 구더기는 끈질겼고

어느 때는 수북이 뭉쳐 하얀 덩어리 상태가 되어 있기도 하였다. 정말 지긋지긋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랬다.

하도 처참하고 차도가 없어 안락사를 시켜보려고도 했지만 동물병원 의사는 인정이 많은 건지 낙천적인 건지

하염없이 핀셋으로 괴사한 상처 속에서 구더기나 빼어낼 뿐 안락사는 더 기다려봐야 하겠다고 했다.

결국 어떻게 상처는 아물었으나 그 때부터 이미 죽음을 향한 느린 걸음이 시작된 것이었다.

날씨는 추워져 오는데 털은 다시 나지 않았고 눈에는 백탁이 생겼고 시력을 잃었고 비실비실 걷다가 맥없이 쓰러져 버둥대었다.

요며칠 비가 오는데 어떻게 기어나와선 다시 제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비를 흠씬 맞고 있기도 하였고 똥오줌을 싼 채 깔고 있기도 하였다.

간혹 상상하곤 했다.  강아지 때 모습 그대로 더 자라질 않아 노견이 되어서도 꼬맹이였던 녀석의 그 가느다란 할딱이는 목을

가만 눌러 숨통을 끊어버릴 것을. 차마 감행 못한 일이었지만 그렇게 목숨이란 게 처참할 수도 있었다.

어제 퇴근해서 들여다보니 고개도 들지 못해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겟구나' 했다. 할 수 있는 일은 춥지 말라고

담요를 끌어 덮어주는 일 뿐이었다. 그리고 정말 아침에 죽어 있었다. 그때까지 아주 차갑지는 않은 걸 보니

새벽녘 쯤에 생을 끝냈나보다. 수건에 싸 묻으러 가는데, 하도 가벼워 도무지 목숨이 깃들었던 생명 같지가 않았다.

야산에 가 낙엽을 헤치고 땅을 파는데 흙냄새가 아주 향기롭다. 안도가 된다. 이제 평화이겠구나 싶은.

애처로이 이빨자국만 무수히 남긴 채 끝내 한 입 베어먹지 못한 빵조각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

 

 

가으내 목도한 목숨의 모질음, 처절함, 비루함, 슬픔, 그리고 지겨움....... 

살아 즐거운 모든 것이 소거되고 나면 남게 되는 것들을 죄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

그 작은 생명 하나 목숨을 거두는 것도 저리 힘든데 이 사람 목숨은 어찌하리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