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이성적이라는 기분좋은 덤터기(15.11.30)

heath1202 2015. 11. 30. 18:23

동료가 삶은 밤 한줌을 가져와 먹으라 한다.

나는 수고에 비해 입에 들어가는 것 없어서 안 먹겠다고 한다.

동료가 말하길, "저렇게 이성적이어야 하는데, 나는......."

ㅎㅎ, 이런게 이성인가?

수고하는 동료들은 밤 서너톨이라도 입으로 들어가는데, 나는 한톨도 삼키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늘 기도와 명상이 생활인 밤 가져 온 동료는 이성적인 태도가 나에게서 배울 점이라고 했다.

 

정말 나는 이성적일까? 

나는 정말 삶에 그런 고도의 인식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가? 그건 잘 모르겠다.

내 삶이란 것이 불합리한 점 투성이이고 크고 작은 실수와 판단착오도 빈번하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함에 있어 항상 '근거와 이유를 추구하고 판단의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칸트)가 체화 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이성적인 것임에 분명하다.

굉장히 분방한 것 같지만 시민의식이 강하고 도덕적 실천에 대한 의지가 꽤 강한 점, 설명되지 않는 것은 설명될 때까지 수용을 미루고 지켜보며  

적확한 단어와 문장에 과도하게 집착해서 말의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점, 의사표현이 명확하고 간결한 점, 원칙에 집요한 평이고, 

불합리한 형식의 타파에 과감한 면이 있다는 점 등등이 동료가 이성적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라 보여진다.

나는 나의 이러한 면모가 기분 좋은데, 다만 이러한 점들은 훈련받지 않은, 성격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요즘은 나 자신의 수련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밤 몇 톨로 기분좋은 생각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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