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지만 일찌감치 일어나니 아침 시간이 길다.
새벽부터 세탁기를 돌리고 책을 몇 페이지 읽고 텔레비전을 보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구름이 사진 찍어주고
빨래가 다 되었다기에 10cm(아, 천재들)의 서정이 뚝뚝 듣는 노래들로 집안을 가득 채워놓고 빨래를 너는데
창밖을 보니 언덕을 두툼하게 덮었던 눈이 하룻만에 다 녹아버렸다. 허망해라. 실없기가 우리네 사랑 같아라.
무성하던 말들, 머쓱하기도 하지. 사람이란 게 다 그런 것이려니, 인간의 불완전성 또한 내 인본주의가 수용해야 할 덕목이려니~
어제는 그 전날에 새벽 서너시까지 멍때리고 보내어 무지하게 고단하긴 했는데, 그 부작용인지 약간 하이퍼 상태였다.
어찌 그리 살아요? 동료 하나가 진정 심각하게 묻는데, 이제껏 그래본 적이 없는 얼굴이다. 딱하기도 하지.
그날이 그날인 일상 속에서 가끔 그런 일탈의 마약같은 쾌감 한번을 왜 누려보질 않는 것일까. 그게 무슨 쾌감이냐면,
오롯이 내가 나라는 자유의 쾌감이라까, 생계의 책임, 역할의 책임에서 그 순간만이라도 비껴나 있다는 쾌감?
형편이 나처럼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에, 또 국가경제의 차질이 우려스러우니 자주 그러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즐거움을 아예 몰라서는 사람으로서의 큰 즐거움 한가지를 결여했다고 보여지는 바. 집안 정돈하고 밥 잘 챙겨먹는 대신에
내가 추구하는 삶은 이기적 쾌락의 향유에 중점이 두어지는데, 이를 테면 내 삶(가치)에서의 중요도에 따라 일의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 생략할 수 있는 일은 과감히 생략한 다음 확보된 시간과 에너지를 내 좋아하는 일에 몰아주는데 말대로 되는 일은
없어도 맘만 먹으면 그럴 수 있다는 마음의 자유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삶에 집중하되 침몰해서는 안된다는 것!
다만 약간의 딜이 필요하긴 하다. 때론 상당한 댓가가. 외로울 각오를 하여야 한다는 것, 외로움을 견딜만큼 강인해져야 한다는 것.
- 아, 십센치의 스토커라는 노래, 눈물 날 것 같아. 스토커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이리도 슬플수도 있다니.
십센치에 정신 팔려 빨래 널다 말고......
요즈음 쇼펜하우어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 내 '기질'(기질이 참 중요하다. 이를 테면 나같은 냉소적이거나 낙천적인 허무주의자가 종교에 빠질 확률은 아주 낮다. 니체하고는 굉장히 잘 통한다. 쉽고 굉장히 건전하고 건강하고 현실주의적이고. 어느 처세서보다 사는데 실질적 도움될 말이 진진하다.)과는 안맞아서 감명은 별로 없지만 집착(헛된 생의 의지)을 버리라는 말은 뭐 누구나 진즉부터 삶을 통해 깨우쳐 오지 않은 바는 아니지만 새삼 주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좀 더 읽고 읽는데 공감도가 높아가고 있음) 문장 무쟈게 꼬이네. ㅋㅋ
잡소리 집어 치우고 얼른 빨래 널고 구름이 사진 편집해야겠다.
아웅, 하루 오십번 쯤이나 뽀뽀하며 살게 하는 녀석, 그 따뜻하고 뭉클한 생명.
또 오랜만에 청소도 하고 영화 "맥베스" 표도 예매해야하고(독립영화라고 방심했다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끝내 놓쳤지),(맥베스는 책을 읽지 않고는 보지 말 것. 예습 없이는 도시 얼떨떨하다가 나와야 하는 영화임. 뭐지?하며. ㅋㅋ.욕망에 휘둘려 파멸로 치닫는 인간을 이해할 겨를이 없음) 주말 동안에 밀린 원격연수도 5강 이상 들어야 하고 다음 주말에 갈 임동혁 피아노 콘서트 레퍼토리도 좀 들어놓고......
다행히 날이 시무룩해 나가고 싶은 욕망이 일지 않는군.
서울 집회는 어떠려나......
나의 안락이 사뭇 미안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마음으로는 전폭적으로 함께 한다는 것이 조금이라도 힘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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