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소회(12.04.29) 어제의 짧은 여행에 좀 부대꼈던가보다. 겨울에도 한 번 걸리지 않고 지나갔던 감기가 새삼 오려는지 몸이 오슬오슬하다. 하지만 정오가 가까워지니 마음이 또 스물거린다. 이제 곧 봄도 끝날텐데... 게다가 날씨도 포근하고. 볼 영화가 별로 없다. 조지 클루니 감독의 "킹 메이커"와 정지.. 단상 2012.04.30
단기감정상실증(12.04.27)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은 삶의 매순간을 기록한다. 요즘 내가 갖게 된 강박증이 그것이다. 요즘 나는 영화에서의 크리스토퍼 놀란처럼 내 마음에 스치는 자잘한 감정까지 다 기록하고 싶어진다. 그러지 않으면 내 삶의 한 순간이 기화될 것 같아 조바심이 난.. 단상 2012.04.27
외로움을 자청한다(12.04.27) 이렇게도 사람이 그립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나는 사람이 그립지 않다. 사람이 곁에 있어 유쾌하거나 무방하기도 하지만 없은들 내 마음이 춥고 온기가 그리운 것도 아니다. 혼자서도 심상한 마음이고 어쩌면 더욱 다정하게 스스로를 만난다. 사람과 함께 함으로 겪는 고통, 외로움, 권.. 단상 2012.04.27
부조리한 어느 아침(12.04.23) 만물이 부드럽고 옅은 안개로 분해되고 있는 느낌이 드는 몽롱한 아침이었다. 촌각까지도 절실해지는 번잡한 아침 출근길인데 어째서 이렇게 모든게 비현실적으로 아스라한지 갑자기 나혼자 머나먼 길을 가는 느낌이었다. 이상한 날이다. 왕래하는 차도 없어서 그럴리가 없음에도 내가 .. 단상 2012.04.26
굴종의 일상 속에서(12.04.26) 어떤 사람들(슬프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굴욕을 맛없는 밥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 것 같다. 그러지 않고야 그렇게 꾸역꾸역 참아 넘길 수가 없다. 때로는 그래 싸다, 평생 그리 사는 것 밖엔 달리 도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굴종이 만성이 되어 있다. 비열한 인간은 늘 그렇고 .. 단상 2012.04.26
봄채집(12.04.23) 하루가 다르게, 무서울 정도로 왕성하게 무성해지는 단풍잎. 학교화단 금낭화. 정말 금낭일세. 무엇이 들었을꼬. 저 높이 은행나무에도 다닥다닥 새잎이. 폐가의 뜰에 버금갈 정도로 돌보지 않고 있는 우리집 뜰에 이런 오묘한 꽃이. 원래 이런 꽃이 아니었는데 올부터 꽃이 바뀌었다. 접.. 단상 2012.04.24
벚꽃이 젖다(12.04.09( 비가 오는 걸 보니 주말이로구나. 그래도 그간엔 이틀 중에 하루는 양보를 해 주었었는데, 이번 주는 에누리없이 발을 묶어 놓을 모양. 집에서 뭉개기엔 이틀은 너무 긴데... 주말이면 콧바람을 쐬어 버릇해 집에 있다보면 시간이 갈수록 몸도 마음도 서서히 늪에 가라앉아 급기야 숨이 막.. 단상 2012.04.19
탄식의 습관(120.4.17) 요즘 탄식이 잦다. 출퇴근 길에 넬의 새음반을 듣고 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문득 십번트랙 slip away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숨이 막혀와 아, 탄식을 하고 만다. 오늘 퇴근 길에는 동물을 싣고 가는 트럭 뒤를 따라 가야 했는데, 끝내는 신호에 걸려 동물들의 눈빛까지 봐야 했다. 내가 정말 .. 단상 2012.04.18
즐거운 해찰(12.04.17) 어려서 심부름을 시키면 해찰을 많이 한다고 엄마가 걱정하곤 하셨다. 그 천성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사소한 것에조차 쉽게도 마음을 빼앗겨 버리는 그 점이 지금은 오히려 나를 조금이나마 남다르게 하는 나의 한 특질이 되었다. 오늘도 일없이 어정거리며 까치집도 잠.. 단상 2012.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