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부드럽고 옅은 안개로 분해되고 있는 느낌이 드는 몽롱한 아침이었다.
촌각까지도 절실해지는 번잡한 아침 출근길인데
어째서 이렇게 모든게 비현실적으로 아스라한지
갑자기 나혼자 머나먼 길을 가는 느낌이었다.
이상한 날이다.
왕래하는 차도 없어서 그럴리가 없음에도 내가 지금 다른 시간을 사는 것인가 하고 시간을 확인 했고
그럴리가 없음에도 혹시 나 모르는 틈에 세상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갸웃하는 부조리한 기분에 빠져야 했다.
덩그런 섬처럼
텅 빈 찻길이 외롭고 호젓하고 평온했다.
물론 잠깐 불쑥 나타나는 차들도 있었지만, 어인 일인지 갈림길에선 어김없이 나와 다른 길을 택했고,
어쩌다 저만치 안개속에 방개처럼 느릿느릿 기어가는 차도 있었지만 그들 또한 비현실성을 강화시켜 주는 소품일 뿐이었다.
참으로 고마운 경험이었다.
삼십분이 채 안 되는 동안 나는 먼 이승의 끝까지 다녀온 기분이었고,
현실의 문지방을 다시 넘어올 땐 살짝 아쉬웠으나
한결 마음이 평화로워 있었다.
아마도, 진정 홀로인 기분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홀로 떠나는 먼길이 이제 마냥 외롭지는 않을 거라는 깨달음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기감정상실증(12.04.27) (0) | 2012.04.27 |
---|---|
외로움을 자청한다(12.04.27) (0) | 2012.04.27 |
굴종의 일상 속에서(12.04.26) (0) | 2012.04.26 |
봄채집(12.04.23) (0) | 2012.04.24 |
따뜻한 집(12.04.20) (0) | 2012.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