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은 삶의 매순간을 기록한다.
요즘 내가 갖게 된 강박증이 그것이다.
요즘 나는 영화에서의 크리스토퍼 놀란처럼 내 마음에 스치는 자잘한 감정까지 다 기록하고 싶어진다.
그러지 않으면 내 삶의 한 순간이 기화될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명명주의자가 되어선 사소한 감정 하나 하나를 불러주어 실체를 만들고 싶어 한다.
사는 동안 마음에 구름의 그림자처럼 스쳤던 감정들이 있었다.
일갈을 들은 듯 퍼뜩 놀란 감정도 있었다.
일상 속에서 빈번히 이는 소소한 감정이든 갓 날을 세운 칼처럼 서슬 푸른 감정이든
그것들을 잡아두질 않았으니, 지금 그것들은 남아있지 않다.
삶이 그렇게 소멸된 것이다.
하여, 이제 나는 기록한다.
감정이 기억이고 기억이 감정이 되는 걸 느끼는지...
그건 맞는 말이다.
감정을 말로 치환한다는 것은 기억행위의 일환이고, 그 행위를 통해 존재를 부여받는 것이다.
어저께 퇴근 길에 머릿 속이 들끓기 시작했다.
차를 세우지도 못하고 잊을까봐 말로 읊조리고 또 읊조렸다.
'목탄화처럼 은은하고 따뜻하다' 별 말도 아니건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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