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심부름을 시키면 해찰을 많이 한다고 엄마가 걱정하곤 하셨다.
그 천성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사소한 것에조차 쉽게도 마음을 빼앗겨 버리는 그 점이
지금은 오히려 나를 조금이나마 남다르게 하는 나의 한 특질이 되었다.
오늘도 일없이 어정거리며 까치집도 잠시 지켜보고 풀밭에 무릎꿇고 앉아 그새 홀씨를 날리는 민들레도 들여다보았으며
햇빛에 하얗게 반짝이는 나뭇가지에 자작나무를 잠시 그리기도 했다. 백두산의 자작나무 숲, 언젠가 하이킹햇던 캐나다의 자작나무 숲.
퇴근 길에 자주 보는 차령산맥의 멋진 중첩의 봉우리들. 오늘 마침내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실은 고갯마루에서 보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데 차 세우기가 여의치 않아 낮은 곳에서 까치발까지 해가며 찍어본 것이다.
부여군청 주변에 벚곷이 만발했는데, 평소 출퇴근길이 아니지만 들러 인사를 나누었다.
이미 지기 시작해 바닥에 점점이 깔렸다. 이 삼일 후면 사소한 바람에도 꽃비를 내릴텐데 그러면 서러워 또 어찌할까.
출퇴근길에 벚꽃이 많이 피어 요즘 눈이 호강이다. 마침 꿈길을 가듯 황홀경이다.
이런 공평한 영접이 있나. 참 고마운 일이다.
며칠 쯤 더 살아도 좋으리라.
저 집의 주인을 올해 처음 보았다. 집에 머무는 시간은 거의 없는 듯 하고, 잠깐 들러가는 모습만 두어 번 보았을 뿐이다.
뒷동산에 민들레가 한창이다. 그 노오란 빛이 눈이 부실 지경이다.
퇴근 길에 결국은 차를 세우게 한 차령산맥의 끝자락의 연봉들
이렇게 쉬이도 지는 꽃잎. 군청 앞에 벚꽃이 만개해서 고단을 잊고 또 차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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