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서, 내가 무엇을 맨 먼저 보는지 자각해 본 적이 있는지.
하루하루를 늘 반복적인 관성으로 시작하고 또 그렇게 끝내 왔다.
눈 떠 본 세상이 어쩌다 한 번은 개벽처럼 번쩍하는 황홀한 경험이나
눈을 감아 세상을 닫는 의식이 절벽처럼 막막하여 죽음의 공포로 소리죽여 울어보는 경험 한 번 없이
생활은 후줄근한 빨래감처럼 눅눅하고 꿉꿉했다.
삶이 변변한 경이로움 한 번 없이 바랜 기억처럼 스러져 가도 괜찮은 것인지.
그래도 가엾지 않은 건지.
새잎이 눈을 뜨는 것을 지켜 보았다.
새싹이 내 그리 소원하던 삶의 경이가 되어줄 모양이다.
나무의 새 눈을 보니 나도 눈을 뜨고 세상이 마치 내가 연 것처럼 대견하고 아름답다.
나무의 새 눈으로 세상을 보고자 하니, 모든 것이 새날처럼 청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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