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먼 봄(12.03.23)

heath1202 2012. 3. 23. 18:13

 

 

수요일만 간절히 기다렸었다.

수요일부터 날이 풀린대서.

과연 수요일 오후부터 공기가 달라졌다.

됐다.  이제 살 것 같다.

그런데 하루 만인 어제 오후부터 간간이 빗방울이 비치더니 밤엔 낙숫물 소리가 제법 요란 했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자주자주 빗소리에 귀를 빼앗겼다.

이 비 그치면 쌀쌀해질거라더니, 금요일인 오늘, 참 춥다.

말을 잊고 낮은 하늘을 무력하게 쳐다볼 뿐이다.

 

봄으로 가는 길이 참 더디다.

엊그제 한 걸음 내딛더니 오늘은 두 걸음 물러섰다.

내일은 주말이고, 남녘으로 봄꽃구경 갈 참인데,

열흘이나 늦어진 개화를 아직도 쉬이 허락하고 싶지 않는 모양이다.

 

간절히 수요일을 기다렸듯,  

주말의 봄꽃을 고대했듯,

이제 무엇을 빌미로 견뎌야 할까.

어느 때부터인지 곤한 삶이라 생각해버렸더니, 이제 인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루하루 살아갈 빌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 빌미가 많지가 않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얼마든지 감격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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