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이 2월 9일이었으니 무려 한달이 지난 꽃들이다.
종류에 따라 좀 더 명을 부지하는 카네이션이나 안개꽃 같은 것도 있지만
그래봤댔자 더이상 눈길 갈만한 아름다움은 잃은지 오래다.
가장 아름다울 때 쯤 행사를 화사하게 빛냈지만, 이제는 교무실 한 켠에 잊혀진 채 폐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잊혀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추하고 가련함도 더하겠지. 구차하게 매달리는 여자처럼.
하지만 꽃을 보며 나는 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시인처럼 시든 꽃에서 향기를 찾을 만한 깊이도 없었지만, 늙어가는 나에게 자기 연민을 갖지는 말자는
뜬금없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것이 시든 꽃보다 더 볼쌍사납다는 것을 문득 느끼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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