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눈을 뜨다(12.04.16)

heath1202 2012. 4. 16. 18:43

 

 

 

아침에 눈을 떠서, 내가 무엇을 맨 먼저 보는지 자각해 본 적이 있는지.

하루하루를 늘 반복적인 관성으로 시작하고 또 그렇게 끝내 왔다.

눈 떠 본 세상이 어쩌다 한 번은 개벽처럼 번쩍하는 황홀한 경험이나

눈을 감아 세상을 닫는 의식이 절벽처럼 막막하여 죽음의 공포로 소리죽여 울어보는 경험 한 번 없이

생활은 후줄근한 빨래감처럼 눅눅하고 꿉꿉했다.

삶이 변변한 경이로움 한 번 없이 바랜 기억처럼 스러져 가도 괜찮은 것인지. 

그래도 가엾지 않은 건지.

 

새잎이 눈을 뜨는 것을 지켜 보았다.

 새싹이 내 그리 소원하던 삶의 경이가 되어줄 모양이다.

나무의 새 눈을 보니 나도 눈을 뜨고 세상이 마치 내가 연 것처럼 대견하고 아름답다.

나무의 새 눈으로 세상을 보고자 하니, 모든 것이 새날처럼 청신하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거운 해찰(12.04.17)  (0) 2012.04.18
뜻하지 않은 선물(12.04.16)  (0) 2012.04.17
정말 봄비처럼 봄비가 오기를(12.04.02)  (0) 2012.04.03
개교기념일에...(12.03.26)  (0) 2012.03.27
먼 봄(12.03.23)  (0) 201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