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채집(13.10.30) 점심 시간, 좁은 교정을 잠시 어슬렁거린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전교생이 운동장에 나와 목소리 높여가며 놀고 있다. 깔깔대는 높은 웃음 소리에 나도 슬며시 웃음을 짓는다. 몇 그루 조금 이른 단풍도 있고, 여문 씨앗을 뚝뚝 떨구는 부추꽃도 있고, 국화는 말할 나위도 없고 .. 단상 2013.11.04
남은 삶이 늘 걱정이다(13.10.28) 긴 호흡으로 생각해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삶의 깊이, 폭 어느 것 하나 고민할 여력이 없다. 무엇이든 그저 찰라이거나 지나치는 현상일 따름이다. 고뇌같은 단어는 너무 무거워 감당할 수 없다. 그저 감정의 너울이 일렁이는대로 기쁘거나 슬프거나 무심할 뿐이다. 나의 글이란 것.. 단상 2013.10.28
내가 오늘 몇 마디나 지껄였던가?(13.10.12) 참 조용하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공간이다. 토요일, 학교 스포츠 활동하러 나온 아이들이 와르르 웃고 떠들고 난 뒤라 더욱 적막하다. 아이들이 빠져 나간 후 나 혼자 있는 시간이 생소해서 책상을 정리하고 난 후 자리를 뜨지 않고 잠시 교무실에 머물러 있어 보.. 단상 2013.10.12
가을 들판에 서보다(13.9.30) 까맣게 잊었는데, Green Day의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를 듣다보니 오늘이 September의 마지막 날이었군. 9월 30일 부터 10월 2일 까지 2박 3일 동안 아이들이 수련활동에 들어갔다. 담임도 아닌데 야영 업무 담당자라고 따라가란다. 야영 전 준비가 끝나면 막상 야영장에선 학생 지도 말고는 크.. 단상 2013.10.01
기쁜 계절(2013.9.27) 아침 출근 준비에 한 가지 일이 늘었다. 자동차 앞유리가 가을 안개로 이슬이 맺혀 닦아내야 한다. 오늘도 그랬다. 물기 젖은 자동차 앞유리에 낙엽이 몇 장 떨어져 찰싹 붙어있고 아무리 바빠도 그냥 운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불과 한 주도 안되는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다. 섭리도 생.. 단상 2013.09.30
가을인가 보네(13.9.11) 혼자 커피를 마시노라니 하와이 생각이 난다. 커피가 하와이 코나 커피라서 그런가? 커피를 몇 봉지 가져왔으니 다 먹을 때까지 종종 그럴 것이다. 취향이 아닌 캐릭터들이라 챙겨보지 않는 "하와이 5-0"도 하와이 생각을 부추킨다.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종종 잡히는 눈에 익은 풍경들, .. 단상 2013.09.11
백발의 연인(13.8.30) 텔레비젼에서 애틋하도록 금슬 좋은 노부부를 보며 울었다. 아름다웠지만 슬퍼서 울었다. 내가 삶을 이해하기는 너무도 어렵고 자신 없는 일이어서 주인공 할아버지처럼 사랑하며 살았으니 행복한 거 아니겠냐는 말을 못하겠다. 세상에서의 소멸이란 건 아무리 생각하고 위로해 본 들 .. 단상 2013.08.30
길을 잃다(13.8.30) 자주 사용하는 기계의 사용법이 갑자기 아득해지는 경우가 있다. 엊그제 동료가 정수기 온수가 안 나온단다. 냉수는 잘 나와 그럴리 없다하며 다시 해 보라니 온수 뺄 때 눌러야 하는 버튼을 누르지 않는 거였다. 모두가 박장대소 했지만 한편으로 내일 같아 오싹해지기도 했다. 나도 가.. 단상 2013.08.30
남보다 하루 먼저 맞는 개학(13.8.16) 실로 오랜 만에 자판 앞에 앉아 본다. 방학의 마지막 날이다. 여행 후 줄곧 방과 후 활동으로 단 하루를 쉬고, 마지막 날까지 근무로 방학을 마무리 한다. 그래서 그런지 방학이 다한 아쉬움도 없고 담담히 새학기를 맞을 수 있을 듯 싶다. 남들에겐 더욱 더 안타깝게 달디달 하루 남은 방.. 단상 2013.08.16
혼자 근무하는 날(13.7.19) 요 며칠 중 가장 맑은 날이다. 밖에선 매미소리, 풀벌레 소리가 싸르륵 거리고, 모두가 출장이라 텅빈 행정실을 지키고 계시는 주사님은 그동안의 하모니카 독학 결과를 망라하고 계시다. 일하시다가 쉬는 틈틈이 주머니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연습하시더니, 오빠생각부터 대여섯 곡을 큰.. 단상 201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