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라는 새삼스런 감정(13.6.18) 길을 가다가 문득 생각했다. 무지하게 외롭구나. 소리내어 혼잣말을 한다. 외.롭.구.나. (소리내어 말하는 이유는 단어를 통한 감정의 정의, 또는 다짐을 거쳐 나의 감정이 명료해지고 그러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들로 나는 종종 의식적으로 소리.. 단상 2013.06.18
가장 큰 공포(13.06.10) 요 몇개월 가는 세월에도 좀체로 감정이 잡히지 않는다. 별러서 될 일이 아니라서 허탈하게 세월을 보내는 참이다. 세월 속에서 나의 볼만 꺼져가는 것은 분명 아닌 모양이다. 오히려 외관이 억울하다 할 만큼 나의 뇌와 감정은 저만치 세월을 앞지르고 있다. 생각해보니 육신의 노쇠보다.. 단상 2013.06.11
생애 마지막 집(13.6.8) 친구의 집들이에 갔다. 아파트에 사는 동안에도 힘닿는대로 화초를 가꾸고 주말 농장을 일구더니 결국 시내 가까운 시골에 집을 지어 이사를 했다. 집터도 딸린 텃밭도 넓어 나처럼 게으른 사람은 한숨이 나오는데 친구가 하도 기뻐하니 덩달아 나도 부러워졌다. 건축업자도 잘 만나고 .. 단상 2013.06.08
생활이 나를 너무 속입니다(13.5.8) 삼월에는 삼월이 가면 한 숨 돌릴 수 있으려니 했습니다. 사월엔 손이 더디어 여전히 바쁜가보다 했습니다. 오월인 지금, 여전히 나는 오월이 가면 좀 나을까 헛된 바램을 가져 보지만, 절대로 나아질 일은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때때로 "아, 지친다", 또는 "별로 재미없다"라고 혼잣말을 .. 단상 2013.05.08
꽃 피는 산골, 청양(13.04.21) 요샌 어딜가도 꽃이 지천이라 애써 먼곳까지 꽃구경 가지 않아도 되겠어요. 공주에서 영화 한 편 보고 칠갑산 쪽으로 기수를 돌렸지요.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어 있는 칠갑산 언저리 길이 온통 벚나무거든요. 마침 뜻하지 않게 산꽃마을 축제라 첩첩 산골동네가 왁시글하군요. 양지바른 .. 단상 2013.04.26
의자마저 사라졌으니(13.04.22) 어제 보니 노인의 하얀 플라스틱 의자가 사라졌다. 한데에 오래 있다보니 삭아 다리라도 한 짝이 망가졌는지, 시절없이 나와 앉아 있는 노인이 부끄러워 가족들이 치워버렸는지. 사방 두 어뼘 정도의 빈 공간이 꽤나 휑하다고 느껴졌다. 오늘 보니 꽃이 진 벚나무 의자 있던 자리에 노인.. 단상 2013.04.23
삶에 경중이 없다(13.03.20) 바쁜 아침 시간, 부랴부랴 현관문을 나서다가 애기(토끼)에게 작별인사를 하지 않은 것을 깨닫고 몇 걸음을 돌이켜 한 번 꼬옥 안아주고 연일 내리는 비로 유기견 꼴인 개들과도 눈을 맞추며 진심으로 오늘 하루의 안녕을 빌어준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강박이 늘 이런 식으.. 단상 2013.03.20
서릿발 성성하고 안개 자욱한 아침(13.03.15) 안개가 자욱했지만 서릿발이 성성한 아침이다. 그래봤자 며칠일 뿐인 줄 알면서도 나는 더딘 봄에 조바심이 나고 심지어는 화도 나려고 한다. 하지만 너무도 순순이 물러가는 추위를 보는 것도 적잖이 허망할 것이라 생각하며 삶을 조금 엿본 사람을 흉내내 느긋해 보자 한다. 안개 속에 .. 단상 2013.03.19
봄이 눈을 뜨다(13.03.14) 요며칠 학교 주변를 몇 번 빙빙 돌아보는데 꽃이 없었다. 올해는 남쪽의 꽃소식도 유난히 이른데 말이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이맘 때쯤이면 꽃다지나 냉이꽃, 혹은 푸른 빛의, 별처럼 예쁘지만 너무 작아 찬찬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존재도 알수없는 미미한 꽃들이 피어 있을 줄 알았다. .. 단상 2013.03.19
텔레비젼 폐인(13.03.12) 오늘 어쩔 수 없이 나자신을 'TV'폐인으로 진단하고 말았다. 연수는 끝났지만 오른팔의 상태가 좋지 않아 운동을 쉰지가 어언 근 두달이다. 처음에나 조바심이 났지 시간이 지나다보니 마음은 느긋하고 몸은 까라져 집에만 오면 나는 직립을 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이제 운동을 가고 싶.. 단상 2013.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