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문득 생각했다. 무지하게 외롭구나.
소리내어 혼잣말을 한다. 외.롭.구.나.
(소리내어 말하는 이유는 단어를 통한 감정의 정의, 또는 다짐을 거쳐 나의 감정이 명료해지고 그러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들로 나는 종종 의식적으로 소리내어 탄식을 뱉는다던가 또박또박 혼잣말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외롭다는 느낌이 든 계기는 참으로 단순했다. 자동차 옆자리가 비었다는 것, 그뿐이다. 누구를 옆에 앉히는 일이 거의 없는 내 옆자리다.
그거야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늘 그랬던 일인데 새삼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정말로 외롭긴 외로운 건가, 아니면 허위의식인가?
늘 혼자 있는 시간을 무사히 잘 보내고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며 살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누군가가 그립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리울 만한 사람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에 너무 쉽게 지치고 너무 쉽게 사람을 놓아 버리는 치명적인 문제를 내가 안고 있는 것을 잘 알므로
사람에 실망하고 상처받길 자초할까 두려웠던 것 같다.
어찌보면 기고만장하다 할 만큼 까칠하게 살지만 그것은 나의 나약함을 은폐하기 위한 나름의 보호막이었일 것이다.
요즘은 가끔 무의식 중에 나를, 그것도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스스로에 놀랄 때가 있다.
나이를 먹으니 이제는 싸울 여력도 없고, 누군가에, 무언가에 기대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아주 늦된 깨달음을 얻는다.
삶과의 그악스런 드잡이 대신에 이제는 비굴하도록 애처롭게 누군가의 다정함을 구하게 되겠지.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 이야기 아니고(13.06.24) (0) | 2013.06.25 |
---|---|
안 우는 날이 없다(13.6.21) (0) | 2013.06.22 |
가장 큰 공포(13.06.10) (0) | 2013.06.11 |
생애 마지막 집(13.6.8) (0) | 2013.06.08 |
생활이 나를 너무 속입니다(13.5.8) (0) | 2013.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