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문제를 내려는데 머리가 많이 아프고 어지럽다.
소규모 학교이다보니 무려 4종의 시험지를 만들어야 해 2좀을 마친 지금 이미 몸과 마음이 다 탈진한 상태인데
밤에는 텔레비전 보느라 서너시까지 잠을 안 잤더니 지금은 고꾸라지고 싶은 맘 뿐이다. 에효~
텔레비전 시청을 절제 못해서 가정까지 파탄날 지경인데 좀체 반성이 안된다는....
아무래도 채널이 너무 많아.
어제는 CGV 채널에서 a good movie로 "Never Let Me Go"를 방영했다.
몇날 며칠 반복된 영화평론가 이동진씨의 감성 해설에 혹해 자정을 기다려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인간에게 장기기증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제 인간들에 관한 애기였다.
오래 살고 싶은 인간 욕망은 질병치료용 복제인간을 만들고, 그들이 스무살 쯤 넘어 두서너번의 장기이식을 하고 나면 용도가 다해 삶을 종료한다.
그들은 인간과 똑같은 신체와 감정을 가졌으나, 어느 인간의 부본이다. 아이였다가 어른으로 자라고 사랑도 질투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에게 있어 장기 배양 숙주 그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
남녀가 사랑을 하면 장기이식을 몇 년 유예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불과 몇년 남짓의 사랑을 연장할 길을 찾아 보기도 하지만 덧없는 헛소문일 뿐이다.
청년은 연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기이식을 마치고 삶을 종료하고 여자도 얼마 후 장기이식이 예정된다.
이동진 평론가도 말했지만, 영화가 가슴 저리게 하는 점은 그 모든 과정을 운명으로 담담이 받아들이는 그들의 체념과 순응이다.
여주인공 역의 캐리 멀리건(영화"위대한 갯츠비"에서 갯츠비의 상대역 데이지로 나왔던 영국 배우)의 시종 담담한 나레이션이 더욱
애잔한 마음이 들게 한다. 에너지 넘치고 똑부러지는 역을 많이 맡아왔던 키이라 나이틀리조차 이 영화에서는 희망없는 삶을 빨리 삶을
종료하고 싶어 하는, 그리고 그리되는 가슴 아픈 역이었다.
우리가 이러한 문제에 직면할 날도 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장기이식을 통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과연 윤리라는 게 얼마만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결론은 간단할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모든 것을 간단히 정리해 줄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인육캡슐에 대해 방영한 적이 있다. 정말 역겨웠다. 존엄? 인간을 존엄에 대해 아직도 말하는 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갈수록 인간이 존엄한 이유를 모르겠다.
글쎄, 그저 울고 또 우는 것으로 조금 존엄해질 수 있을까?
나는 자주 가슴이 아프고 많이 운다.
자료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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